북풍이란 애초에 한국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북한 변수를 뜻했다. 북풍이라는 단어는 1996년 4·11 총선 직전에 북한이 비무장지대(DMZ)에서 군사 시위를 한 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던 일에서 유래한다. 북한의 군사 시위를 언론이 대대적으로 확대해서 보도했다. 이는 선거를 앞두고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게 되었다. 그 결과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은 15대 총선에서 수도권에서만 10석 이상을 더 챙긴 것으로 평가되었다. 30% 정도의 국민들도 북한의 판문점 무력 시위가 총선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북풍이 반드시 보수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하지만은 않는다.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침몰 사건을 선거에 이용하려고 시도했다. 천안함이 어떤 이유로 침몰했는지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형성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의 의도는 불을 보듯 명확했다. 그러나 그 때의 북풍 시도는 여당에 역풍이 되고 말았다.
한국의 역대 선거에서는 매번 북풍이 불었다. 가장 가까이는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가지고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정치공세를 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대선 이후 새누리당의 관계자마저 NLL 문제로 야당 후보를 공격했던 것이 허위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일 뿐이었다.
NLL을 이용한 북풍에서 알 수 있듯이 고전적 의미에서 북한 변수를 뜻했던 북풍은 그동안 진화하고 발전했다. 북한의 행위 자체뿐만 아니라 선거를 앞두고 남북관계를 왜곡하고 과장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유혹은 점점 커졌다. 북풍의 수단이 다양해진 것이다. 북한의 잘못에 대한 대응과, 이를 확대 과장해서 선거에 이용하려는 시도 사이의 경계도 모호해졌다. 그래서 선거전문가들 조차 이제 북풍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북풍이 진화 발전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고전적인 의미로 북풍을 좁혀서 해석하면 이런 진단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한국의 역대 선거에서 크던 작든 북풍은 있었고, 선거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쳤다. 북풍은 공안사건이나 북한의 도발을 그 진실을 거두절미한 채 국민들의 안보 위기의식을 부추기는 방향으로만 왜곡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한반도 분단체제에서 비롯된다. 분단체제에서는 분단과 정치·경제·군사·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이 맞물려 돌아간다. 분단체제의 시각에서 볼 때에는 남북관계를 선거에 활용하는 보수 여당이 분단체제의 특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1월 북한의 수소탄 실험에서 시작되어 2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의 상황으로 동아시아가 격동하고 있다. 북한의 위험한 행동에 대한 대응이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다고 무조건 북풍이라고 의심할 일은 아니다. 역대 선거에서 불었던 북풍의 대부분은 북한이 한국의 선거 일정을 무시하고 자신들의 계획에 따른 군사 일정을 강행한 데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북한의 행위 자체가 1차적인 문제이지 북한의 행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문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정부가 과거 냉전시대와 같이 대결을 부추겨 국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서는 안 된다. 대일외교나 대중외교를 실패한 상황에서 남북대결을 부추기는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더욱 크게 만드는 일이다. 보수결집 효과를 노려서 집권 여당이 일시적으로 선거에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북풍이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들의 참정권과 후보들의 공정 경쟁을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정세 변화를 국내 정치용으로 소비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선거는 일시적인 것이고 대북정책은 대한민국의 내일을 위한 것이다.
한국은 지금 저성장의 덫에 걸려 있다. 한국 경제의 신성장동력 창출은 경제와 안보를 결합하는 융복합적인 리더십에 의해서 가능하다. 북한은 대륙경제로 진출하는 관문이다. 대륙경제로진출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외교와 대북정책이 뒷받침해야 한다. 남북관계와 외교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근시안적 접근에 대해서는 마땅히 경계해야 한다. 한국경제를 저성장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거리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김창수 코리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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