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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도덕은 없다' 면세점, 진흙탕 싸움
대기업서 중기 인력 빼가기 본격화…공항선 '밑지는' 할인 경쟁
2016-02-19 09:02:44 2016-02-19 09:03:22
대기업 면세점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업계 간의 상도덕이 무너지고 있다. 신규 사업자들은 면세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경쟁사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는 면세 사업자가 7개로 늘어나면서 손해를 감수한 과도한 할인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004170), 두산(000150)과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의 보세화물 관리 등 면세 전문인력 채용을 위한 영입전이 치열하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올 상반기 문을 닫아야 하는 SK네트웍스(001740)의 워커힐면세점 인력 등을 '모셔와야'하는 입장이지만 해당 기업 직원들은 이직을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일부 면세점은 24시간 영업 등 야간에도 영업을 지속할 방침인 탓에 교대근무를 우려하는 대기업 인력들이 이직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인력 영입이 어려워진 대기업들이 지방 소재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직원에게로 손을 뻗쳐 무차별 영입전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소·중견 면세점 관계자는 "일부 실무인력들이 대기업 면세점으로부터 이직제의를 받고 퇴사하는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을 약속한 대기업들이 정작 동종업계 중소·중견기업의 인력을 빼가는 횡포를 부린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직원 본인이 이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여러 대기업 면세점이 동시에 오픈하다보니 상도덕을 외면한 대기업의 인력빼가기 경쟁이 급증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대기업의 인력 빼가기가 이어지자 결원이 생긴 중견기업간의 인력이동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대우나 근무환경 면에서 대기업 인력을 데려올만한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도덕을 외면한 대기업 면세점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인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경우 한 공간에 7개사가 몰리면서 대기업들이 사실상 '남는 게 없는' 과도한 할인율을 내세우며 무리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들의 연간 임대료는 모두 1조1336억원에 달한다. 공기업인 한국관광공사를 제외한 지난해 매출(1조9072억원)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다. 매출보다 높은 임대료를 감수해야 하는 인천공항에서 최대 70%에 육박하는 대기업의 과도한 할인율은 사실상 같은 공간에서 영업 중인 중소·중견기업이 따라갈 수 없는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할인율이 30~40%만 넘어도 이윤을 남기지 못하는 현실에서 대기업의 과도한 할인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만 죽이는 꼴"이라며 "대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과도한 경쟁을 펼치는 것은 결국 면세사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면세점업계가 상도덕을 무시한 지나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력난에 빠진 신규 대기업 면세사업자들은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인력을 무차별 영입에 나서는가 하면, 손해를 감수한 과도한 할인경쟁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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