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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지카·에볼라·메르스'…전염병에 병드는 세계경제
전염병으로 인한 연평균 손실 600억달러…직접피해 못지 않게 간접피해도 커
2016-02-14 12:00:00 2016-02-14 12:00:00
에볼라 바이러스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신종플루(H1N1인플루엔자). 이 밖에도 수많은 전염병이 지난 15년 동안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에볼라는 2014년 서아프리카 3개국을 중심으로 퍼진 이후 아직까지도 완전히 종식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에볼라 종식을 선언했지만 이튿날 시에라리온에서 새 감염자가 사망했다.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는 1만1000명이 넘는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메르스가 유행하며 경제적·사회적으로 큰 피해를 낳았다. 올해에는 남미발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남미를 중심으로 지카 바이러스가 퍼지며 전세계적으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사진은 온두라스 수도 테구시갈파에 걸린 지카 바이러스 예방 수칙을 담은 현수막 모습. 사진/로이터
 
의료·보건 기술이 발전했지만 전염병으로 인한 피해는 여전히 막대하다. '미래를 위한 세계 건강 위협 프레임워크(GHRF) 위원회'는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잠재적으로 발생 가능한 전염병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연평균 600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위원회는 "(전염병처럼) 수많은 인명피해와 경제적 피해를 낳을 수 있는 리스크나 사고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향후 100년 안에 최소한 하나 이상의 전염병이 전 세계를 휩쓸 것으로 추정했으며 4개 이상의 전염병이 발생할 가능성도 20%가 넘는다고 경고했다.
 
에볼라, 22억달러 피해 유발…복구비용은 더 커
 
얼마 전까지 가장 큰 피해를 낳았던 전염병은 에볼라다. 세계은행(WB)은 지난 2014~2015년 에볼라가 창궐했던 시에라리온과 라이베리아, 기니 등 서아프리카 3개국에서 22억달러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각 국의 국내총생산(GDP)을 통해서 추산한 결과다. 시에라리온에서 가장 큰 14억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시에라리온은 지난해 철광석 가격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GDP가 20% 이상 감소했다.
 
기니에서 5억3500만달러, 라이베리아에서 2억4000만달러의 손해가 있었다. 에볼라 대응을 위해 물자 및 인력을 동원한 것까지 계산한다면 관련 비용에는 16억달러가 추가된다. 유엔(UN)은 서아프리카 3국이 에볼라 사태에서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3년간 150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그나마 서아프리카 3국의 경제규모가 작아 이 정도 금액에 그친 것이다.
 
일반인들의 삶에도 큰 영향이 있었다. 미 국제개발청은 지난해 상반기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거주자 3만명을 대상으로 에볼라가 삶에 끼친 영향을 전화조사했다. 에볼라가 대규모로 유행하기 시작한 2014년 6월에 비해 가계소득이 줄었다는 응답자는 시에라리온에서 70%, 라이베리아에서 60%에 달했다. 유엔(UN)은 에볼라 사태 후폭풍으로 올해 서아프리카 3국의 빈곤인구 비중이 2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에볼라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던 인접국가에서도 빈곤층 비중은 2.7%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6%에 머물렀던 것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메르스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공포에 국내 소비심리는 얼어붙었고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절반으로 줄었다. 지난 2013년 사스가 발생했던 홍콩에서도 두달간 관광객이 68% 감소한 바 있다.
 
"지카로 인한 관광손실 640억달러 될수도"
 
최근에는 지카 바이러스가 연초부터 흔들리는 세계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특히 지카의 진원지인 남미의 경우 이미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경제가 취약해진 상태로 지카 충격을 버텨낼지도 미지수다. 브라질 경제는 지난해 3.8% 마이너스 성장을 한 데 이어 올해에도 3.5%의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포브스는 WB의 추산을 인용해 지카 바이러스가 확진됐거나 확산이 예상되는 국가를 중심으로 관광업에서만 639억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나 바베이도스 등의 국가는 제외한 채 예상한 것으로 WHO가 여행경보를 발령한 30여개국을 모두 포함해 추산할 경우 예상 손실액은 늘어날 수 있다. 지난 2013년 기준 브라질의 관광수입은 70억달러 수준이었다. 올해는 리우 올림픽을 통한 관광 특수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으로 올림픽 개막 전까지 바이러스 확산세를 잡지 못한다면 피해는 더 커질 수 있다. 
 
과거 발생했던 다른 전염병 사례를 통해 추산한 지카의 피해 규모는 더 크다. 이코노미와치는 지카를 지난 2003년 아시아에서 발생했던 사스와 비교했다. 홍콩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중국 등 당시 사스의 피해가 컸던 4개국은 연간기준으로 관광업이 20%가량 위축됐다. 특히 사스가 확산되던 3,4월에 피해가 집중됐다. 다만 WHO에서 사태 진정을 발표한 7월 이후에는 관광객들이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코노미와치는 "만약 브라질의 관광업도 사스 사태 처럼 20% 위축된다면 GDP에서 470억달러가 사라지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카의 경우 아직까지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만큼 사태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최근 중국에서도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지카 바이러스는 두달 사이 29개국에 퍼졌다. 동남아 전역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고 미국으로까지 전파될 경우 세계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WHO는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지역에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85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추산하기도 했다.
 
노동력 감소·인플레이션 등 간접피해 우려도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확산될 경우 나타날 간접적인 피해도 상당할 전망이다.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공포감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진다면 실제 소비 감소와 생산·투자 감소, 고용 감소, 소비 악화의 악순환을 만들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러스에 대한 군중 심리가 나타나며 시민들이 동요하고 있다"며 "이는 경제적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러스 전염 공포는 노동력 수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에볼라가 발생했던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전염에 대한 불안감에 많은 사람들이 이주하거나 격리됐으며 이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졌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라이베리아에서는 일손부족으로 쌀 수확량이 25%나 감소하면서 식량 확충에도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에볼라와 달리 사람 간 전염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대규모 격리 등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소두증 신생아를 낳을 수 있다는 공포가 출산 기피로 이어진다면 장기적인 노동력 감소 및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힘들다.
 
이 밖에도 단기적인 생산능력 저하가 식품 및 생활필수품 공급 축소로 이어지면 물가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 경제활동이 둔화되면 정부의 세수도 줄어들게 되는데 전염병 대응에 필요한 비용은 늘어나면서 재정불균형을 초래하고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깎아내릴 수도 있다.
 
다만 지카 바이러스의 치사율이 낮고, 신생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경제적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포춘은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 경제에 단기적인 영향을 끼치겠지만 브라질 경제를 파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헤알화 가치 폭락으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진 브라질 국민들이 자국에서 휴가를 즐길 경우 해외여행객 감소로 인한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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