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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20개월째 하락세…디플레이션 우려
1980년 이후 최장기 하락세 지속…원유수입국도 긴장
2016-02-11 17:29:17 2016-02-11 17:29:53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제유가가 1980년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유가 향방과 함께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가 주목된다. 한국 등 원유 수입국의 경우 경상수지와 실질구매력 개선 등 일부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되지만,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8% 하락한 배럴당 27.45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14년 6월 배럴당 105.2달러에서 올 1월 32.6달러로 69% 급락했음에도 좀처럼 하락세는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리먼브라더스 사태로 8개월 동안 70.7% 급전직하한 2008년과 비교될 정도로, 하락세는 무려 20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 신흥국의 수요 부진, 미국의 원유수출 금지법 폐지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다. 캠브리지에너지연구소(CERA)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유 수요 증가율은 1.3%에 그치며 원유재고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게다가 이란의 수출이 재개되면서 산유국간 시장점유율 경쟁으로 인한 공급과잉은 더욱 극심해질 전망이다.
 
 
이 같은 국제유가 하락세는 원유 수출국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악화를 가져오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러시아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각각 -10%, -3.8%를 기록할 정도로 국가경제가 휘청였다. 베네수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2015년 말 4867.9bp까지 높아지는 등 신용위험도 커졌다.  
 
원유 수출국의 경기 악화는 글로벌 교역의 부진과 선진국 기업의 투자 축소 등으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에 부정적 파급효과를 낳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우디, 이라크 등 주요 원유 수출국들이 올해 큰 폭의 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원유 수입국에는 유가 하락이 경상수지와 실질구매력 개선 등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재무성 등은 원유수입액 감소로 인한 지난해 GDP 대비 경상수지가 전년과 비교해 미국 0.1%포인트, 일본 0.1%포인트, 유로 0.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재원 한국은행 조사국 과장은 "유가의 큰 폭 하락으로 미국과 일본의 가계소비지출 중 에너지 관련 소비지출 비중이 줄면서 여타 제품의 소비 여력이 확대되는 등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표 개선이 유가 추가하락 우려 등으로 내수나 수입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특히 대부분의 원유 수입국에서 유류세 때문에 국내 기름값이 하락폭이 국제유가의 하락폭에 미치지 못하며 선순환 효과를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과 일본의 경우 지난 2014년 7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0%에 근접하면서 원유 수입국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유가 하락에도 수익성이 높게 유지된 국내 정유사, 석유화학사, 항공사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원유 수입국의 교역 조건이 개선되고는 있으나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불확실성이 높아 설비투자와 소비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제약된 가운데, 상당수 국가에서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재연되는 부정적 영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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