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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넘는 임원 퇴직금은 '배임'…주주총회 거쳤어도 무효"
대법원 "회사재산 부당 유출, 주주이익 침해"
2016-02-05 12:00:00 2016-02-05 12:46:07
경영권을 잃고 퇴직을 앞둔 이사가 퇴직 전 퇴직금 등 보수를 최대한 많이 받기 위해 보수지급 기준을 과도하게 올리고 이사회에 압력까지 넣었다면 그 기준이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결정됐더라도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전 행담도개발(주) 대표이사 정모(48)씨와 이사 강모(70)씨 등 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행담도개발은 설립 이래 경영실적과 재무상태가 지속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었고 2008년 3월 현재 73억원 가량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며 "무엇보다 매출액 규모에 비해 임원, 특히 대표이사의 급여비중이 높은 것이 손실의 주요인이었고, 휴게소 임대 이외에는 별다른 사업이 없는 등 원고들이 경영상 판단을 할 일은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퇴직금 규정과 인상된 연봉을 기준으로 할 때 대표이사로 퇴직한 원고 정씨는 대표이사로 51일간 재직한 사정만으로 2002년 2월 입사 이래 105개월 근속기간 전부에 대해 인상된 대표이사 퇴직금지급률이 적용돼 5억 이상 증액되고 이사 퇴직자 강씨 역시 3배 인상된 퇴직금지급률이 적용돼 퇴직금이 3500만원 증액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원고들이 청구하는 퇴직금 등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상법상 의무를 위반해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함으로써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하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어도 유효하다고 할 수 없다"며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행담도개발은 2008년 6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의 퇴직금은 근속연수 1년당 5개월치 급여를 이사는 1년당 3개월치 급여를 적용하도록 임원퇴직금 지급 규정을 개정하기로 결정하고 같은 달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최대주주 대리권자에게 전화로 개정안에 찬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
 
그 후 정씨 등은 퇴직금지급율이 높아지자 자신들의 급여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당시 이사였던 강씨는 연벙이 48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66.7% 올랐고, 대표이사로 취임한지 50여일 밖에 안 된 정씨는 연봉 1억4500만원에서 1억8000만원으로 30% 가까이 올랐다.
 
이후 퇴직한 정씨 등은 인상된 퇴직금지급률과 연봉액에 맞춰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정씨는 9억8000여만원을, 강씨는 1억2000여만원을 각각 청구했다.
 
그러나 1심은 지급률이 인상된 임원퇴직금 결의가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근속연수 1년당 1개월의 지급률을 인정하는 것이 관행인 만큼 그에 따른 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강씨는 1400여만원이 인정됐으나 정씨는 퇴직금 중 선지급 받은 금액과 임대차보증금을 회사가 대신 부담한 금액 등을 제한 결과 남는 퇴직금은 없었다.
 
이에 정씨 등이 불복해 항소하면서 퇴직금 금액을 각각 5억6000여만원과 6300여만원으로 감액해 청구했으나 패소했다. 이에 정씨 등이 상고했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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