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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 헌신' 외국 신부 2명, 한국 국적 취득
법무부, 벨기에·아일랜드 신부에 국적증서 수여
2016-02-04 15:40:00 2016-02-04 15:40:00
1950년대 말부터 국내에서 농촌 생활 수준 향상과 장애인 자활 등에 헌신한 외국 국적의 신부 2명이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했다.
 
법무부는 4일 오후 3시 대회의실에서 벨기에 국적의 세스테벤스 디디에(한국명 지정환·85) 신부와 아일랜드 국적의 오네일 패트릭 노엘(한국명 천노엘·84) 신부 등 특별공로자 2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디디에 신부는 지난 1959년 입국해 첫 부임지인 전북 부안군에서 3년여간의 간척사업으로 30만평 정도의 농지를 개간한 후 농민 100가족에게 분배했고, 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해 지역 청년과 신용협동조합 운동을 펼쳤다.
 
특히 유럽 현지의 기술자에게 치즈 생산기술을 배워 1967년 국내 최초로 임실군에 치즈 공장을 지어 지역 주민의 생활 수준 향상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등 '한국 치즈의 아버지', '임실 치즈의 대부' 등으로 불리고 있다.
 
다발성 신경화증으로 오른쪽 다리가 마비돼 1983년부터 약 3년간 프랑스 나환자 마을에서 요양한 후 1984년 귀국해 완주군에 중증 장애인을 위한 재활센터 '무지개의 집'을 설립해 장애인의 자활에 헌신했다.
 
이후 2002년 가난한 농민과 중증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봉사한 공로로 호암재단으로부터 사회봉사상을 받았고, 상금 1억원과 사비, 기부금 등 5억원으로 2007년 '무지개 장학재단'을 설립해 매년 어려운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디디에 신부는 "현재 지병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지만, 임실 치즈의 발전을 통한 지역 경제가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여생을 보낼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노엘 신부는 선교와 구호활동을 위해 1957년 입국해 그동안 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과 인권 옹호,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위해 힘써 왔다.
 
1981년 광주광역시에 국내 최초 지적 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생활하는 소규모 가족형 거주시설인 '그룹홈'을 설립했으며, 1987년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해 선교회와 독일 후원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엠마우스 복지관'을 설립했다.
 
현재 1993년 설립한 사회복지법인 무지개공동회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소속 단체 명의로 2011년 보건복지부장관상, 2014년 청암봉사상(포스코 청암재단), 2015년 만해실천 대상 등을 대표로 수상했다.
 
노엘 신부는 특별공로자로 귀화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한국인으로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디디에 신부와 노엘 신부와 같이 특별공로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면 기존의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복수 국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로는 2012년 3월13일 취득한 인요한 박사, 2014년 10월31일 취득한 브라스 마리 헬렌 전진상의원 원장, 엄넬리 한민족학교 교장, 2015년 11월19일 취득한 프로스트 마르띤 박사, 보르도 빈체조 신부 등이 있다.
 
김현웅 장관은 이날 국적증서를 받은 두 사람에게 "지역 경제 발전과 장애인을 위한 헌신적 활동에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사랑과 나눔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돼 더 따뜻한 사회가 되도록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당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익에 이바지한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발굴한 후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해 국가에 헌신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힘을 보탤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스테벤스 디디에(왼쪽) 신부와 오네일 패트릭 노엘 신부. 사진/법무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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