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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 신태용호, 와일드카드 선택은 어떻게?
2016-01-27 14:55:45 2016-01-27 14:56:10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변화무쌍한 전술로 무장한 신태용 감독이 올림픽 진출권을 따내면서 이제는 나이와 관계없이 선수를 선발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3장이 누구에게 돌아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4강전 카타르와 경기에서 3-1로 이겨 결승에 진출한다. 이 대회 3위까지 2016 리우올림픽에 출전하기에 대표팀은 사실상의 2위를 확보하며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대표팀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 개최국 자격으로 나선 이후 리우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는 세계 최초다. 이탈리아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본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7회 연속 진출에서 기록 경신을 멈췄다. 아시아의 라이벌인 일본이 6회 연속 진출로 뒤를 쫓고 있는 정도다.
 
이러한 성과의 원인으로는 신태용 감독의 전술 대응이 첫손에 꼽힌다. 이번 대회만 보더라도 신 감독은 다이아몬드 4-4-2와 4-2-3-1을 비롯해 카타르와 4강에서는 스리백을 기초로 한 3-4-3 포메이션까지 가동했다. 포메이션 변화뿐만 아니라 전혀 다른 선수들을 같은 포메이션에서 다르게 쓰는 등 단 한 경기도 비슷하게 치른 경기가 없었다. 국내 팬들과 취재진조차 그날그날 파악해야 할 정도로 매번 전술 변화의 폭이 컸다.
 
평소 호탕한 성격과 시원시원한 인터뷰 태도와 비교했을 때 큰 틀의 포메이션 변화에 이은 세세한 전술 변화는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경기 도중에도 선수들의 위치는 수시로 변했으며 선수 한 명이 교체돼 들어갈 때마다 포메이션이 바뀌는 건 기본이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훈련장이나 연습 경기에서도 선수들의 유니폼 번호를 바꾸는 등 상대를 교란하기 위한 작은 부분에서의 세심함이 엿보이기도 했다.
 
4강전만 보더라도 신태용 감독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스리백'을 내세워 카타르를 교란했다. 상대가 대회 개최국이라는 점과 11골이나 넣은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한다는 점을 고려해 처음부터 수비적인 전술로 대응했다. 상대적으로 아시아의 축구강국인 한국 대표팀이 수비적으로 나선 건 처음이었다. 전반을 0-0으로 마치며 절반의 성공을 이룬 신태용 감독은 카타르가 대부분의 실점을 후반 10분 안에 해왔다는 걸 간파하고 있었다.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러한 점을 설명하며 "경기 전 파격이라고 했던 신태용 감독의 스리백 전술이 결국 승리를 가져왔다"고 호평했다. 신태용 감독은 인터뷰에서 "오늘 경기는 내가 원하는 축구는 아니었지만 이기기 위해 단순하고 쉬운 축구를 하자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제 신태용 감독의 다음 과제는 3명의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 선발이다. 대표팀에 부족한 부분을 노련하고 경험 있는 선수로 채우는 게 관건이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홍명보 감독은 박주영(서울),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 김창수(전북)를 와일드카드로 선발해 동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기존 후배 선수들과 융화하며 팀의 부족한 부분을 단번에 채워줄 수 있는 와일드카드는 신태용 감독이 택할 수 있는 가장 큰 전술 변화인 셈이다.
 
와일드카드에 가장 먼저 거론되는 선수는 손흥민(토트넘)이다. 국내 최고의 공격수라는 찬사와 더불어 독일과 영국에 이은 2014 브라질월드컵 출전까지 경험이 풍부하다. 답답한 상황에서 단번에 수비진을 휘저을 수 있는 손흥민의 능력도 지금 대표팀에게 필요한 부분으로 꼽힌다. 또 다른 공격수로는 석현준(포르투)이 있다. 196cm 장신에도 유연한 그는 최근 가장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는 최전방 공격수 자원이다. 대표팀이 김현(제주)과 황희찬(잘츠부르크)만으로 역부족일 때 전혀 다른 유형의 선수인 석현준이 신태용 감독의 구미를 당길 수도 있다.
 
수비수로 눈을 돌리면 중앙수비부터 오른쪽 풀백까지 소화 가능한 장현수(광저우 푸리)가 손꼽힌다.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도 다소 헐겁다고 평가받는 대표팀의 중앙 수비를 안정시킬 자원이다. 다만 이들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인 '병역문제'가 해결됐다는 면에서 다소 동기부여에서 모자라지 않느냐는 분석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 됐든 신태용 감독이 향후 손에 쥔 가장 큰 전술변화가 와일드카드 선발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11시 45분에 열리는 대회 결승전에서 일본과 맞붙는다. 두 팀 모두 올림픽 티켓을 따낸 상태지만 '한일전'이라는 특성상 승부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신태용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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