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이제는 박 대통령이 화답해야 한다
2016-01-25 13:59:17 2016-01-25 13:59:57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선거구 획정 문제도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으로 가닥이 잡혔다. 테러방지법 등 다른 사안들도 조금씩 간극이 좁혀지고 있다.
 
실은 새누리당은 꿈쩍 않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양보한 것이다. 애초부터 새누리당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안팎으로 내비쳤다. 청와대가 뒤에서 버티고 있는 한 새누리당의 운신의 폭은 극히 좁았다. 야당도 이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노동 5법’ 가운데 기간제법을 후순위로 돌린 것도 협상 당사자인 새누리당이 아니라 청와대였다. 여권은 당의 망신 대신 협상의 우위를 택한 것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양보를 놓고도 ‘그냥 밀린 것’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세 가지 요인이 더불어민주당을 움직였다.
 
첫째는 국민의당, 제3당 효과다. 더불어민주당이 수용한 사안들은 국민의당이 2월 국회에서의 당 기조로 정리해 공개해 놓은 것과 거의 일치한다. 실은 더민주가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더민주 입장에서는 국민의당이 2월 국회에 참여해 캐스팅보트를 발휘할 여지를 없애고 싶었다.
 
둘째 박근혜 대통령의 가두서명 효과다. 박 대통령의 이례적인 서명은 큰 역풍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지만 국회의 교착상황을 재조명하는 효과도 분명히 있었다. 청와대의 ‘국회 심판’ 프레임을 강화할 기제를 흐트러뜨릴 필요성이 더민주에 있었던 것이다.
 
셋째, 김종인 체제가 출범하기 전 부담을 덜어줘야 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선대위가 비대위 권한까지 맡게 되지만 여야 협상의 짐까지 다 떠맡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더민주는 양보하거나 정리할 수 있는 사안들을 미리 처리해놓을 필요성이 컸다.
 
당내 강경파 입장에선 탐탁지 않은 내용들이 적지 않지만 최근 더민주 내에선 팔로워십이 꽤 강해졌다. 게다가 양보도 힘과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당이든 지지율이 낮아지면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세지고 움직일 공간이 좁아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최근 더민주는 사안에 따라서는 물러설 수도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유야 어찌 됐건 야당이 이처럼 양보를 하면 여당이 화답해야 한다. 아니 청와대도 못 이기는 척 한발 물러서야 한다. 손뼉이 마주쳐야 박수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여야가 끝까지 합의하기 어려운 사안들도 있겠지만 쟁점을 최소화시켜 놓아야 몸이 홀가분해지고 대화의 공간이 넓어지는 법이다.
 
하지만 여당은 ‘선거법에 노동법을 연계하자’고 오히려 쟁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야당의 양보에 화답하긴커녕 "우리 아들 딸들의 장래를 외면하고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치권과 노동계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국민과 함께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밀리니까 밀린다. 이 기회에 더 밀어붙이자'는 마음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식이면 야당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정국은 다시 경색될 것이다. 이래선 안 된다. 이제는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야 한다. 혹여 ‘정권 심판’에 ‘국회 심판’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계산이라면 국민들은 ‘정치 심판’으로 화답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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