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고아성이 점점 더 예뻐지는 이유
입력 : 2016-01-21 16:58:37 수정 : 2016-01-21 16:58:47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고아성은 늘 작품 속에서 주목을 받았다. 분량은 짧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영화 '설국열차'의 요나, 자살한 동생의 죽음 이유를 찾아가는 '우아한 거짓말'의 만지, 19세에 아이를 가진 SBS '풍문으로 들었소'의 서봄도, 사내 왕따에 못 이겨 선배들을 죽이는 영화 '오피스'의 미례까지 고아성은 늘 작품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작품의 중심에 있었던 고아성은 새 영화 '오빠 생각'에서만큼은 바깥으로 빠졌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많은 군 장병들을 위로한 어린이 합창단을 다룬 이야기다. 고아성은 어린아이들을 물심양면으로 돌보는 고아원 교사 박주미를 연기한다. 아이들 앞에서 지휘를 하는 한상렬 역의 임시완보다 이름이 뒤에 있을 뿐 아니라 30여명의 아이들을 더 빛나게 해야 하는 구조상 비중도 작다.
 
고아성을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혹시나 비중이 작은 탓에 영화를 본 뒤 찜찜하지 않았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고아성은 '오빠 생각'의 개봉일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영화 촬영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거든요.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
 
예상과 달리 고아성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배우 이전의 인간 고아성에게 커다란 변화를 줬다고 밝혔다. '오빠 생각'이 그에게 미친 영향을 들어봤다.
 
배우 고아성. 사진/NEW
 
"사랑이 충만했던 영화"
 
고아성과의 인터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우아한 거짓말' 때 봤고, '오피스' 때 만났었다. 처음 봤을 때 고아성은 요나와 만지를 섞어놓은 느낌이었다. 예의바르고 참한 느낌이면서도 때때로 날카로운 예민함이 전달됐다. 두 번째 인터뷰에서 만났을 때 고아성은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바뀌어 있었다. 이전보다 활발해졌고, 웃음도 많아졌다. 외모도 더 성숙해지고 예뻐진 느낌이었다.
 
세 번째 만난 최근에는 두 번째 만남 때보다도 더 밝아져 있었다. '행복'이란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오빠 생각' 하면서 밝아졌어요. '오피스' 홍보하고 인터뷰 돌 때가 '오빠 생각' 촬영이 한창일 때였어요. 그 때 사랑받는 느낌이 전달된 거 같아요. 한창 아이들과 사랑스럽게 촬영하고 있을 때 전혀 다른 질감의 '오피스'를 홍보하려니 좀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칼로 사람을 어떻게 죽였지?"이런 생각을 해야 했으니까요."
 
'오피스' 때 인터뷰가 끝나고 "혹시 연애하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실제 연애 대상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그 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어요. 그냥 아이들과 지내면서 사랑받는 느낌이 충만했던 거예요. 그리고 예쁘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전쟁 중에 저만 화장을 하고 있으니 그런 거 같아요. 너무 혼자 튀는 거 같아서 아이들처럼 먹칠 분장을 했더니 감독님이 아이들이랑 분간이 안 된다고 하셔서 포기했어요. 하하."
 
고아성은 배우로서 작품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적이 없을 뿐더러 현실에서도 아이들과 마주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빠생각'을 통해 수많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현장에서도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따듯하게 대했다. 지금도 연락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교감은 고아성의 성격을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첫 번째는 도덕성이 늘었단다. "가끔 제가 TV에 나오면 아이들이 '언니 TV에서 봤어요'라면서 문자를 보내요. 그러다보니까 '혹시 내가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되는 말을 하지 않았나?'이런 생각도 하게 돼요. 어디 가서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이런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그렇지 않고요. 그냥 좋은 영향인 거 같아요. 아이들이 저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같아요."
 
두 번째는 긍정을 배웠다고 했다. 꼭 아이들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느꼈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거 같아요. '풍문으로 들었소'에서는 유호정 선배가 큰 영향을 끼쳤어요. 매우 이타적인 분이시거든요. 남들한테 더 못해줘서 아쉬워하시는 분이에요. 같이 연기하면서 본 받고 싶은 점을 정말 많이 봤어요. 또 제가 아는 언니가 리포트예요. 유명하지는 않아요. 근데 그 언니의 방송을 보고 어떤 분이 힘들었었는데 기운을 얻었었다고 했대요. 그래서 언니는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방송을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저는 그 얘기를 듣고 정말 부끄러웠어요.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해봤거든요. 그리고 아이들을 만났고 행복함을 느꼈어요. 삼박자가 맞으면서 제 성격은 더 밝아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거 같아요."
 
고아성. 사진/NEW
 
"분량에 구애받지 않게 됐다"
 
비록 분량과 비중은 작았지만 고아성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예쁜 얼굴을 보여준다. 고아성이 연기한 박주미의 얼굴은 참하고 청순하다.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줬다는 데서는 성공적이다.
 
'오빠생각' 뿐 아니라 고아성은 홍상수 감독의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에도 출연했다.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 중에 잠깐 시간을 내서 찍은 영화다. 비중은 이보다도 더 작지만 마치 '다소 헤픈 여자'의 느낌을 준다. 그 영화에서도 고아성은 색다르다.
 
지난해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잠시 출연했다. 매일같이 얼굴이 바뀌는 탓에 엄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린다. 고아성의 감성이 확실히 묻어났다. 뿐만 아니라 마지막 장면에서 한효주와 입을 맞춘다. 고아성 인생에 있어서 첫 키스신이기도 하다. 여자와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고아성의 모습은 새롭다.
 
이렇듯 고아성은 중심에서는 벗어나지만 여러 작품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고아성은 비중 욕심이 없어졌다고 털어놨다.
 
"어느 시점부터 비중에 대한 구애가 생기지 않아요. 참여했을 때 흥미를 느끼고 재밌을 수 있으면 그게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뷰티 인사이드'도 호기심을 자극하잖아요. 모르는 배우들끼리 한 인물을 연기하는 현장은 신기했고, 재밌었어요. 홍 감독님 영화는 대본이 없어서 색달랐어요. 원래 촬영 현장 가는 길은 긴장되고 대본을 머릿속에 외우고 그래야하는데, 편안하게 아무 생각 없이 갔어요. 그 자리에서 대본을 받고 순발력으로 연기하는 거예요. 오고 가고 하는 동안 부담감이 전혀 없었죠. 이런 경험들이 제 연기에 좋은 자양분이 될 거 같아요."
 
이야기를 다 듣고 나서 혹시 회사에서 다작을 요구하냐고 농담처럼 물어봤다. 농담을 던지니 농담이 돌아왔다.
 
"저희 회사에 배성우 선배가 있으셔서요."
 
배성우는 지난해 1년 동안 15편에 가까운 영화를 개봉시킨 ‘다작왕’으로 불린다. 이경영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도 불린다. 고아성의 말을 듣고 큰 웃음이 났다.
 
"농담이고요. 예전에는 작품 하나가 끝나면 꼭 여행을 하거나 그 인물에서 빠져나오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막상 작품이 끝나고 새 작품에 들어가보니 괜찮더라고요. 꼭 내 시간을 가질 필요가 없더라고요. 바로 연달아 다른 캐릭터로 사는 것도 즐거웠어요. 그리고 성우 오빠가 정말 멋있어 보였어요. 보는 영화마다 나오는데 보는 영화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나오잖아요."
 
과거 고아성은 장르의 변화를 크게 가져가려고 했다. SF '설국열차'에서 휴먼 드라마 '우아한 거짓말', 그리고 공포 '오피스'로 가는 패턴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또 다시 예쁘고 순수한 작품으로 찾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정말 행복했었어요. 순수하고 예쁜 작품의 매력을 한 번 더 느끼고 싶네요." 관객을 만날 때마다 더 예뻐지는 고아성의 다음 모습은 어느 정도일지 자못 궁금해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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