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기술 교육
2016-01-17 10:04:17 2016-01-17 10:04:17
연초부터 중국 증시 쇼크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소식을 접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미룬다는 이야기도 들을 정도이다. 한편 산업현장에서는 쓸 만한 인재가 없다는 말을 들을 때면 직업상 뭔가 학생들을 잘못 가르치고 있지 않나 반성해 보게 된다. 이런 극심한 변화의 시대일수록 미래세대를 위한 방향을 바로 잡고 교육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를 이루어낸 나라다. 사회 전반적으로 빠른 변화를 겪다 보니, 예전에 배운 지식은 어느새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상황이니 항상 새로운 지식을 찾고 공부해야 한다. 정보기술 분야의 기술 발전은 더욱 빨라 정보기술 교육과정이 따라가기 어려울 지경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소프트웨어 교육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며 미래부를 주축으로 정부가 나서서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소프트웨어 기초부터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사업을 진행중이다. 하드웨어만을 추구하던 과거의 정부정책에서 탈피할지 사뭇 기대가 된다.
 
대학 정보기술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1960년대까지는 미국의 몇몇 명문대학만이 IBM 기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국내 대학에 주전산기기가 도입된 것은 불과 40여년 전이다. 지금 기술로 보면 누구나 쓰고 있는 스마트폰 한 대보다도 계산능력이 변변치 않은 컴퓨터이지만 당시 이런 장비를 갖춘 대학에서의 교육 및 연구 환경은 그렇지 못한 대학보다 훨씬 더 선도적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기술 발달로 하드웨어 가격이 낮아져 일용품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우리는 어떤 정보기술을 배우고 가르쳐야 할까.
 
첫째, 가까운 현실에서 출발하는 소프트웨어 교육이 필수적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것을 만드는 것 보다는 구체적인 주변 문제를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만들어 보는 것이다. 해커톤 같이 다양한 학생들이 짧은 시간 함께 모여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는 문제를 발굴하고 소프트웨어를 구현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본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는 방식이 아니고, 앞으로 다가올 소프트웨어 세상을 대비하기 위해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것을 공부해야 할지 스스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둘째, 비즈니스와 병행되는 정보기술 교육이 필요하다. 산업체에서 필요한 정보기술과 동떨어진 정보통신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진로가 막막하다. 입사가 되어서도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학교는 산업현장의 실무자들을 초청하여 적극적으로 협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회사들 또한 경력사원만 찾을 것이 아니라 학교를 통해 미래세대와 상생할 생각을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창의적 인재상을 강화해야 한다. 주어진 범위의 내용을 암기하는 방식보다는 독립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 학기 동안 자신을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여 연구, 분석하여 학기 말에 결과를 내놓아 그것으로 평가를 받는 창의적 교육이 절실하다.
 
무엇보다도 사회 전반적으로 새로운 실험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 발명이나 발견은 수많은 실패 이후에 이뤄진다. ‘한강의 기적’도 1960년대 재정지원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를 설립하고 산업을 위한 기술 개발을 위해 자율적인 연구를 지원한 것이 큰 기반이 되었다. 정보기술 개발을 위한 자율적인 노력을 지나친 규제로 억누른다면 정보화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기존의 사업자 보호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한 사업이 많이 나와 정보기술을 배우는 학생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는 전향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1980년대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금융회사 메릴린치에서 임원들을 상대로 당시 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신기술, 개인용 컴퓨터(PC)에 대한 특별 교육과정이 개설된 적이 있었다. 금융회사에서도 앞으로 PC가 비즈니스에 가져올 엄청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임원교육을 준비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PC 교육과정에서는 PC 본체를 열고 메모리를 설치하고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금융회사 임원들이 드라이버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 흘러간 이야기이니 우스갯거리가 되겠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교육과정도 30년이 흐르면 우스갯거리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겠는가.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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