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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월세 전환 때 받은 보증금 투자상품 나온다
금융위, '전세 보증금 투자풀' 운영계획 등 대통령에 보고
주담대 이용자도 주택연금 가입 가능
2016-01-14 10:00:00 2016-01-14 10:00:00
세 들어 사는 임차인이 전세에서 반전세·월세로 전환해 돌려받은 보증금을 맡기면 최소 시중은행 예금금리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상품이 나온다.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의 가입 대상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대통령 제1차 업무보고'에서 '전세 보증금 투자풀' 등을 연내 운영해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계획을 보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전세 보증금 투자풀은 임차인이 집주인의 요구 등으로 인해 전세에서 반전세·월세로 전환한 뒤 돌려받은 보증금을 투자풀에 최소 1년에서 30년까지 장기간 맡기면 자산운용을 통해 발생한 운용수익을 1년 등 주기적으로 배당해주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금융상품이다. 투자풀은 다양한 하위펀드에 자금을 배분하는 펀드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재간접펀드) 구조로 운용할 계획이다. 운용의 변동성 리스크(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가입 기간을 최소 1년으로 강제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수익률은 최소 시중은행 예금금리 이상을 제공할 목표인데, 안정적으로 운용되면 3.5% 이상도 보장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임차인이 위탁한 보증금을 담보로 저리 월세 대출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투자풀을 운용하는 펀드는 공신력과 자산운용 경험을 고려해 선정될 것"이라며 "수익률의 경우 임차인이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것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민간 연기금 투자풀의 3.5% 수준보다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풀이 안정적으로 운용될 경우 1억원을 맡겼을 때 1년에 35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투자풀 운용에 따른 손실 발생에 대비한 '원본 보호 장치'도 마련된다. 이를 위해 투자풀과 하위펀드 운용자가 일정비율을 시딩투자(seeding·초기 투자금 제공)해 일정 수준까지 손실을 흡수할 방침이다. 아울러 공공법인을 활용한 추가 완충장치 마련도 검토된다. 또 뉴스테이 등 정부 임대사업과 도시·주택기반시설 조성에도 일정 비율을 투자해 서민·중산층의 주거환경 개선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계획은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주택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마련됐다. 집주인들이 저금리·저성장 장기화에 따라 임차인으로부터 받은 전세 보증금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해 전세를 월세로 전환해 이익을 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전체 임차가구 중 월세·보증부 월세 비중은 지난 2008년 45.0%에서 2010년 49.7% 2012년 50.5%, 2014년 55.0%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차인은 월세 부담이 늘어나고, 의도하지 않게 발생한 목돈을 안정적으로 수익화할 방법도 찾기 어렵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는 이 대책으로 임차인의 전세 선호 현상이 완화돼 추가 전세 자금 대출 수요가 줄어들고 전세 가격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규모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자금으로 변화해 경제활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으로 확대되는 방안도 추진된다. 주택연금은 만 60세 이상인 사람이 소유 주택을 담보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월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역모기지론이다.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매달 이자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연금을 받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또 주택연금에 가입하겠다고 약속한 40~50대 보금자리론 차주에 대해서는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저소득 고령층에 더 많은 연금을 주는 '우대형 주택연금'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완화될 것으로 금융위는 전망했다. 상환 능력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누어 갚는 방식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분할상환 방식의 대출 비중을 지난해 말 35%에서 올해말까지 45%로 확대할 목표다. 이는 기존 목표치 40%에서 5%포인트 상향조정된 것이며, 이번 정부 내 50%를 달성할 방침이다. 이 정책의 풍선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보험권 가이드라인' 등도 시행하기로 했다.
 
다만, 이처럼 다양한 정책을 내놓더라도 가계부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소득증대를 통해 가계의 상환여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위는 판단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확장적 거시정책과 고용·임금 등 분야별 활력강화 정책 등을 통해 가계소득을 제고할 수 있도록 범정부적 노력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서울 서대문구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 조성 돼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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