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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영원 무죄' 공개 비판 배경은?
잇따른 '배임 무죄' 판결에 위기감 작용한 듯
분명한 의지 표명 필요…검찰총장과 교감
2016-01-11 16:49:17 2016-01-11 17:55:51
강영원(65)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심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을 이영렬(58·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공개 반박한 가운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검장이 직접 항소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검찰은 최근 인사로 담당 차장검사의 수사 인지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단호하게 항소해 판결의 부당성을 다툴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공개 비판했다.
 
임관혁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이 지검장의 기자회견 직후 "자원개발 비리의 상징적 사건이자 피해 규모도 1조원 이상인 중요한 사건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무죄가 선고됐다"며 "이러한 의견에 대해 대검에 보고하고,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낫겠다는 회의 결과 끝에 발표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재판을 포함해 법원이 주요 배임죄에 대해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 만큼 현재 같은 혐의로 재판 중인 사건을 고려할 때 검찰의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앞서 대법원은 최근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허인철(56) 전 이마트 대표이사와 신세계푸드 부사장 안모(54)씨, 신세계·이마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법은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석채(71) 전 KT 회장에 대해 재무 구조가 열악한 기업들의 주식 인수를 지시한 부분을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강 전 사장과 함께 기소된 김신종(66)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도 현재 배임 혐의로 재판 중이며,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도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증거 수집 등 수사는 충분했다는 판단 아래 항소심에서는 법리적으로 대응해 강 전 사장의 유죄를 이끌어낼 방침이다.
 
임 부장은 "나와 있는 증거의 판단이나 해석의 문제인데, 기업주에 경영 판단에 대한 시각 때문에 양쪽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온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며 "법원도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황이고, 정유공장 인수는 누가 보더라도 졸속 인수였으므로 유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전했다.
 
법원은 이 지검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법정 밖에서 비판론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특별한 입장이 없고, 대응의 필요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강 전 사장에 대한 무죄 선고는 담당 재판부가 6개월 동안 충분한 검토를 거쳐 내린 판단으로, 그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라며 "검찰 스스로 항소하겠다고 밝힌 만큼 항소심에서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배임죄는 법원의 재량이 있는 부분이고, 법원 내부에서도 1심과 2심, 2심과 3심 사이에 견해가 다를 정도로 이견이 많다"며 "재벌 총수들이 경영상 판단으로 집행유예나 무죄 나오는 사례가 많다 보니 경영상 판단 범위가 너무 넓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상당히 오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형 기준이나 판단 기준에 대해 성찰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여기에 대해 그렇게 공론화가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경영상 판단이 금액이나 수치로 계량화될 수 없는 부분이라 흑백이 아니라 회색 지대로 남아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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