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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CJ헬로 합병논란)①5년간 5조 투자, 합당한 규모인가
2015-12-29 06:00:00 2015-12-29 06:00:00
올 하반기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를 선언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져왔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의 케이블TV 1위 사업자 인수는 케이블TV 산업의 몰락으로 대변되는 사건으로 꼽힌다. 현재 SK텔레콤은 미래창조과학부에 7만장에 이르는 인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SK텔레콤의 이번 인수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벽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투자계획이나 방송의 공공성을 살리기 위한 자구책 등은 SK텔레콤이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거론된다. 이번 인수 건의 핵심 쟁점 사안들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의욕적인 투자계획을 제시했다. SK텔레콤은 향후 5년간 합병법인에 총 5조원을 투자해 ▲디지털 전환, 초고화질(UHD) 방송 확대 등 케이블 망 고도화 ▲쌍방향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 ▲콘텐츠 산업 및 스타트업 지원 등 미래형 인프라 고도화와 미디어 생태계 육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차별화된 서비스와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해 관련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이끌고 다양한 기기별 특성에 맞는 N스크린 서비스 제공, 스마트홈 및 사물인터넷(IoT) 연계 서비스 구축 등으로 고객 편익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은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함과 동시에 약 7조50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 4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SK텔레콤이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우선 SK텔레콤이 5년 동안 5조원을 투자하다는 것은 연간 1조원을 합병법인에 투자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도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연간 투자 금액은 1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어서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2014년 기준으로 SK브로드밴드의 설비투자(CapEX) 금액은 6014억원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CJ헬로비전은 CapEX에 3563억원을 사용했다. 양사의 CapEX 규모를 합치면 총 9577억원으로 이미 1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의 투자 규모만 놓고 봐도 이미 연간 1조원은 된다"며 "SK텔레콤이 합병법인에 연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하는 것은 제대로 된 계획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케이블 망과 인프라 고도화 역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의견이다. 결국 케이블 망 고도화는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올해로 케이블TV가 디지털 방송을 도입한지 10년째를 맞지만, 전환율은 52.2%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 케이블TV 업계에서 사정이 낫다는 CJ헬로비전의 디지털 전환율은 61%를 기록하고 있다.
 
만약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향후 39%에 해당하는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은 온전히 SK텔레콤의 몫이 된다. 유료방송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디지털 전환은 필수사항인데, 이를 새로운 투자계획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과 UHD 확대 등은 케이블TV 사업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번 인수합병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이 주장하는 '일자리 창출'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이 현재 영위하는 초고속인터넷과 유료방송 등은 서비스 내용이 비슷하다. 때문에 둘의 합병은 동일한 지역 내에서 상당부분 서비스가 겹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사업은 물론 인력 중복을 피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IPTV와 케이블TV가 서비스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유료방송이라는 큰 틀에서 상당부분 겹치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련 인원에 대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난해 14월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2014 디지털케이블TV쇼'를 열고 세계 최초 '케이블 UHD 상용화'를 선언했다. 사진/뉴스1
 
서영준 기자 wind09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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