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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대기업 성장동력, 스타트업에서 찾는다
2015-12-21 11:29:01 2015-12-21 11:29:01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국내·외 대기업들이 별도의 기업투자법인(CVC)을 설립하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기업 연구개발(R&D)에 대한 효과적인 대안으로 여겨질 정도다. CVC란 대기업이 자회사 혹은 계열사로 두고 있는 기업 산하 벤처투자사를 말한다. 해외의 구글 벤처스, 시스코 벤처스, 국내는 카카오의 '케이벤처그룹', 포스코의 '포스코기술투자' 등이 CVC에 해당한다.
 
미국 벤처캐피털(VC) 전문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2014년 CVC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18% 가까이 확대됐으며, 평균 투자 금액도 2300만달러 수준으로 1995년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머니게임, 스타트업 시장에 CVC발 새바람'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CVC들의 투자 확대가 스타트업 생태계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한수연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 벤처 캐피털의 비중 확대는 재무적 수익을 목적으로 추구하는 전통적 벤처캐피털 주도의 펀딩 시장에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라며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이 사업적으로 실현되기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서울 중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KDB 산업은행, 스파크랩 주최 ‘벤처기업 데모데이’에서 더블미의 알버트 김 대표가 투자유치를 위해 회사를 홍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CVC들은 고위험을 감수하며 초기 기술에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CVC들이 시드 단계(Seed-stage)에 있는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드 단계의 스타트업은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전통적 VC들은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보다는 다음 단계인 초기 단계(Early-stage)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한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는 2013년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총 10억 달러 미만이며, 이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 투자금액의 10분의 1수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CVC들은 재무적 수익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모기업과의 시너지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에 초기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CB인사이츠는 자료를 통해 시드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한 CVC의 수가 2010년 10개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4년에는 54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전통적 VC들이 떠난 시드 단계에 대한 투자를 CVC들이 채우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한다.
 
CVC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모기업의 주력 사업을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는데 목적을 둔다. 보고서에서는 현재 모기업이 주력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 내 특정 밸류체인의 혁신을 가능케 하는 스타트업이 CVC의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나이키가 직물의 염색과정에서 물 사용을 없애고,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시키는 프로세스를 가진 다이에쿠(DYECOO)에 투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모기업 현 주력사업의 대안 발굴이라는 목적도 있다. 회사의 성장 정체를 만회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도 CVC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맥도날드의 CVC인 맥도날드 벤처스는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매장에서 직접 신선한 재료를 손질해 음식을 준비하는 멕시칸 레스토랑 '치폴레(Chipotle)'에 투자한 바 있다. 카카오(035720)의 CVC인 케이벤처그룹이 농업벤처기업 만나씨이에이와 피트니스 전문 사물인터넷(IoT) 기업 탱그램팩토리를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수연 연구위원은 "CVC의 영향력이 증가할수록 높은 가치 평가와 신속한 엑시트에 집중 되었던 벤처캐피털 업계의 흐름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이 사업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가는 쪽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 정체에 놓인 대기업은 CVC 활동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발굴할 수 있고, CVC 모기업의 풍부한 자금, 기술 시장과 고객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 광범위한 역량과 상용화를 위한 네트워크는 스타트업의 성공에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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