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에는 4개 계급이 존재한다.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가 그들이다. 금수저가 최상류층이라면 흙수저는 하류층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17일 새정치민주연합 총선정책기획단이 연 '불평등의 대물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올해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말로 헬조선과 '수저론'을 꼽았다. 김 교수는 "금수저와 흙수저는 출발 지점부터 다르다"며 "영어유치원, 어학연수, 낙하산 취직이 최상류층의 성장 과정이라면 서민 어린이집, 알바 생활, 자발적 백수가 하류층의 성장 과정"이라고 말했다.
부의 대물림을 일컫는 '수저계급론'이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저소득층 등에 보다 많은 기회를 주는 '기회균등촉진법(가칭)'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총선 공약으로 특목고·대학 진학과 취업에서의 균형선발제, 대학교 소득비례수업료 도입도 꺼내들었다.
새정치연합 정책위원회 박용진 부의장은 '국민 눈높이 정책 제안'을 발표한 이날 토론회에서 "수저계급론 사회는 평범한 젊은 세대의 좌절감을 높이고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온다"며 "출발점에서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공정 사회가 만들어지려면 기득권 계층의 인식 전환과 함께 사회적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저계급론은 청년들의 자조 섞인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최근 "전체 자산 가운데 부모로부터 받은 상속·증여 비중이 1980년대 27%에서 2000년대 42%로 올랐다"고 분석했다. 저성장·고령화의 여파는 불안감을 키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는 상속자산의 기여도가 점차 높아져 머지않아 서구 국가들을 따라잡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했다.
자조는 좌절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이날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청년 니트의 특징·시사점' 자료를 보면 15~29세 청년 니트(NEET·일하지도 않고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 비율은 18.5%에 달했다. 전체 청년 인구 951만명 가운데 163만명으로 OECD 평균(15.5%)을 웃돈다.
새정치연합은 총선 정국을 앞두고 '기회 균등'을 정책 대안으로 내걸고 있다. 사회 각 분야에서의 저소득층 기회 확대를 법제화하자는 것이다. 상속세제를 강화해 부의 대물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젊은 세대가 진학과 취업 문턱에서 좌절하지 않도록 특목고·대학 진학에 계층을 고려한 균형선발제를 도입하자는 제안도 내놓고 있다. 박 부의장은 "공공부문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도 계층·지역 균형선발을 의무화해야 한다"면서도 "부자들에 대한 징벌적 성격의 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총선정책기획단이 17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불평등의 대물림,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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