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 외화이체업 허용' 무늬만 핀테크…정부 성과내기 '급급'
법 개정은 내년 상반기에 가능…그전까진 은행과 협업해야
은행들 "업무 위탁 잘못했다간 철퇴" 시큰둥
핀테크 업체 "은행 위기감에 협약 소극적…시행령 개정 의미 없다"
입력 : 2015-12-13 16:05:34 수정 : 2015-12-13 16:05:34
정부가 은행 고유 업무로 묶여 있던 외화이체업을 핀테크 업체들도 가능하도록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거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무늬만 핀테크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외국환거래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외화이체업을 허용해주는 방안에 환영하지만 은행들과 협약을 맺어야 하는 단서가 있어 사실상 외화이체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업무 위탁의 모호함, 책임 소재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어 은행도 핀테크 업체의 협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성과에 눈이 멀어 임시방편의 시행령 개정이라는 꼼수로 소액이체업이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비은행 금융사나 핀테크 기업 등도 소액 외화이체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거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은행의 고유한 업무였던 '국경간 지급·수령' 등 사무의 일부를 다른 금융사 및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게 위탁하는 근거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이들 업체가 외화 송금업무를 하려면 당장은 시중은행과 협업해야 한다. 은행을 통하지 않은 독립적인 형태의 외화이체업은 내년 상반기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이뤄져야 허용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은행들과 핀테크기업 등을 중심으로 외화송금 업무 협약의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행해졌던 소액 외화송금이 은행권을 통해 이뤄지면 은행 입장에서는 전보다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은행권이나 핀테크 업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얘기는 다르다. 외환 업무 일부를 외부에 위탁해야하는 은행들의 경우 시행령 개정안이 이제야 입법 예고된 상황이라 아직까지 위탁 업무 기준을 정하지 못한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입법 예고된 내용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객이 A은행을 통해서 해외송금을 보냈다면 이제부터는 고객과 A은행 사이에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를 중개자로 넣겠다는 것"이라며 "외화이체는 은행이 그대로 하되, 모집 등의 업무를 위탁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외화송금과 관련된 수많은 업무 가운데 어느 부분을 위탁할지 은행 내부적으로 논의중인 상태이며 고민이 많은 분위기다. 입법 예고 기간에는 정부에 추가 의견을 전달할지도 논의중이다.
 
이번 외국환거래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외화거래 업무를 수탁한 기관은 ▲지급등의 신청접수 ▲신청하는 자에 대한 실명확인의 지원 ▲대금 정산의 지원 ▲사유 확인 등의 사무를 맡는다.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을 보면 수탁기관은 실명확인이나 대금정산을 '지원한다'라고 돼 있는데, 은행들이 실명확인을 주도적으로 하라는 뜻으로 읽힌다"며 "실명확인 등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자금 세탁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라고 말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을 활용해야 한다면 정부가 전망하는 외화송금 수수료 인하 효과도 불투명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여기에 불법외환거래나 손해 발생 가능성이 있을 경우 업무를 위탁한 은행장을 통해 시정 요구를 하는 등 은행권에 과중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이 업무 협약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도록 하는 요인이다.
 
외환송금 관련 핀테크업체 관계자는 "은행들은 독점적으로 누려온 시장을 나눠야 한다는 위기감에 업무 협약에 소극적인데, 정부는 시행령 개정안만으로 해결됐다는 식으로 발표한다"며 "법 개정이 언제 될지 모르는데 임시방편만 믿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외화송금 시장을 빼앗긴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면도 있다. 국내 외화송금 수요자는 이주노동자·결혼이민자 등 체류 외국인 158만명(2013년 기준)과 외국에서 공부하는 한국인 유학생 22만명(2014년 기준) 등 180만명 이상이다. 이 시장 수요를 이제는 다른 업권과 나눠야 하는 것이다.
 
은행들도 업권간의 장막없는 경쟁체제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앞으로 은행 고유의 외화 송금 업무는 기업 대상으로 집중하면서 개인 대상 외화 송금은 경쟁력 있는 비은행업체와의 이종 결합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협업하는 업체들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은 외화송금 업무 노하우나 해외 네트워크 기반을 가진 소액송금업자들만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고객들은 특히 신뢰도가 높은 시중은행을 통한 외화송금을 선호할 것으로 본다"이라며 "은행들은 자체 시스템을 통해 외환송금 업무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국내 체류 외국인 등의 수요를 생각하면 해외 네트워크가 갖춰져 있는 핀테크 기업들과도 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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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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