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이 '반쪽짜리'에 그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실상 대출규제로 여겨지는 '총체적 상환부담'(DSR·Debt Service Ratio) 기준 적용을 아파트 집단대출에는 예외로 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DSR 적용 등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DSR은 현재 주택담보대출에 쓰이는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화된 개념이다. 은행들이 대출 받으려는 고객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때 기존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원리금상환액과 기타 부채의 '이자 상환액' 대비 연소득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내년 1월부터는 주담대 원리금 상환액과 모든 부채의 '원리금 상환액' 대비 연소득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상환할 수 있는 만큼의 대출을 더욱 따지게 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상환능력 중심의 대출방식 전환이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적절한 대응책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뇌관으로 꼽히는 아파트 집단대출은 예외로 한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집단대출을 규제의 예외로 하는 것은 대출 받아 투기 목적으로 집 사라는 정책에 가깝다"며 "이번 정책은 부동산 시장을 띄우면서 가계부채 안정화도 하겠다는 건데, 그렇게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등의 요인으로 아파트 분양 공급이 수요보다 지나치게 늘어난 탓에 집단대출로 인한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각계에서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인 49만가구는 주택공급계획상의 물량인 연평균 27만가구를 큰 폭으로 초과해 준공 후 미분양과 집값 하락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9월말 기준 집단대출 잔액은 KEB하나·KB국민·신한·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경우만 90조2754억원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9274억원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당국이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를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민감한 사안은 외면한 채 단기적 대책을 내놓은 것이란 주장까지 나온다.
집단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면 건설사와 시공사, 금융권은 물론 가계에도 당장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부동산 전문가는 "가계부채 문제도 심각하지만, 부동산 가격 상승이 제한되면 경기에 단기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내년 선거도 있으니 둘 다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3일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여신심사 선진화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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