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2일 선보인 모바일은행 앱 '써니뱅크'에서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가 진행되는 장면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고객님! 신한은행 주거래 우대통장 신규 개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은행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스마트폰을 쥔 손가락만 '까딱'해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이 2일 선보인 모바일 전문은행 앱 '써니뱅크'(Sunny Bank)는 은행 지점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폰으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핵심 절차인 '비대면 실명확인'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써니뱅크 앱은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버전부터 이용 가능하며, 약 2주 이후에는 애플 iOS 버전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런 앱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는 일은 궂은 날씨엔 '딱'이지만, 실제 이용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대출 심사를 거친 사람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시연회에 참석해 국내 1호로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를 거쳐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기자도 임 위원장이 썼던 시연용 스마트폰으로 비대면 계좌 개설 절차를 체험해봤다.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 인증 과정. 사진/뉴스토마토
◇문자인증-신분증 사본전송-영상통화로 계좌개설
써니 뱅크를 통해 계좌를 개설하려면 우선 휴대전화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름과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고 이용약관·개인정보 이용 및 제공 동의 등을 읽은 뒤 체크, 인증번호를 요청하면 본인 휴대전화기로 문자메시지가 온다. 이를 통해 1차로 본인 확인이 된다.
이 절차가 끝나면 다음 단계로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해 전송하는 과정을 거친다.
마지막 단계는 영상통화 또는 기존계좌 활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나, 현재 기존계좌 활용은 이용이 불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공동으로 테스트중인 기존계좌 활용방안을 조속한 시일 내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영상통화를 택하면 상담사와 전화연결 과정으로 넘어간다.
금융위는 시연회에 앞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임 위원장은 상담원과 영상통화를 거쳐 새로운 계좌번호를 받았다"고 했지만, 영상통화는 생략됐다.
이 과정은 상담사 규모가 상당수로 구성돼야 서비스가 원활하게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상담사 규모는 현재 1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통화료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상담사를 10명 운영 중이지만, 향후 수요에 따라서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며 "영상통화를 필요로 하는 거래가 많지 않고 실명 확인은 짧은 시간 진행되므로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은 앞서 금융위원회가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로 규정한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보안카드 등 접근매체 전달시 확인▲기존계좌 ▲생체인증 등 새로운 방식 등 필수사항 중 '영상통화와 기존계좌'를 택하고, 권고사항인 휴대전화 인증,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 가운데 '휴대전화 인증'을 고른 것이다.
문제는 써니뱅크에서 이같은 방식으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대출을 승인받아야 가능하다는 점이다.
써니뱅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써니 모바일 간편대출'의 경우 최고 500만원 한도로 5.34%~9.34%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데, 이런 대출을 받기 전 거치는 심사를 통과해야 계좌개설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은 그 이유로 "서비스 초기에는 운영 안정성과 대포통장 방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평가다.
구태언 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포통장를 만드는 사람은 전체의 0.1% 수준이므로 이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한편, 서비스 업체는 과감한 시도를 통해 문제가 생기면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이처럼 우물쭈물하면 핀테크를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명확인 절차, 과감한 방식 시도해 개선해야"
써니뱅크에 적용된 실명확인 절차는 영상통화 외에는 크게 새롭지 않은 방식으로 느껴졌다.
은행권에서는 생체인증 방식의 경우 지문 변화 등에 따라 완벽한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과 유출됐을 때는 심각성이 주민등록번호와는 수준이 달라 주저하고 있다.
하지만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 발생 가능한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해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이 전문가들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더욱 다양한 방식의 실명확인 절차를 시도해 시행착오를 겪고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인호 고려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주민번호는 이미 대규모로 유출됐고, 휴대전화 인증도 복사가 가능하며, 영상통화 인증도 중간에 화면을 바꾸는 시도가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앞으로 보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기자가 써니뱅크를 써본 결과 계좌개설에 앞서 대출 심사를 거쳐야 한다는 제한 요소가 있다는 점과 영상통화 수요가 급증할 경우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밋밋한 실명확인 방식 등이 아쉽지만,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새로운 시도한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겠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자료/신한은행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