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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인터넷 가입하면 153만원 준다?
유선통신업체들 고객 유치경쟁 '점입가경'
규제조항마저 사라져 더 극성
2009-08-10 13:59:32 2009-08-10 23:47:40

[뉴스토마토 송수연기자] 이모씨는 최근 전단지 광고를 보고 초고속 인터넷을 바꿀까 망설였다. 가입만 하면 153만원을 준다는 광고내용에 혹한 것이다.

 

막상 전화를 해보니 상담원은 “153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결합상품+초고속 인터넷 5회선 추가신청’ 때”라며 “‘IPTV+인터넷 전화+초고속인터넷’을 신청하면 31만원을 즉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은 이어 “현금 대신 TV나 노트북을 받을 수도 있다”며 상품가입을 권했다. 이씨는 처음에 기대했던만큼은 아니지만, 어차피 쓸 초고속 인터넷이니 손해볼 것이 없다는 생각에 결합상품 가입여부를 깊이 고민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과 IPTV 등 통신 결합상품 시장에서 SK브로드밴드•LG파워콤•KT 등 유선 통신업체들의 현금마케팅이 더욱 극성스러워졌다.

 

판매업자들은 “일단 고객을 유치하고 보자”는 식으로, 각종 경품과 현금 공세를 펼치고 있다.

 

한 유선 통신 판매업자는 “하루에 많게는 200통까지 문의 전화가 온다”며 “요즘에는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위 과장 광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한 전단지는 ‘초고속인터넷+IPTV+VoIP’를 묶은 결합상품 가입시 최대 150만원 현금 즉시 지급’, ‘LCD모니터 포함 삼성컴퓨터 공짜’라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 그렇지만 백만원대 현금지급의 경우 대개 결합상품 외에도 인터넷 5회선 이상을 추가 가입해야 하는 기업용 광고다.

 

한 통신 판매업자는 “어떻게 광고를 내느냐에 따라 문의 전화량이 달라지니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10만원에서 20만원대에 머물던 현금 지급액도 최근에는 30만원선을 넘어섰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결합상품에 가입할 경우 현금 지급액을 확인해본 결과 ‘SK브로드밴드' 35만원, 'LG파워콤' 33만원, 'KT' 2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최근들어 사업자간 경쟁이 조금씩 심해지고 있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케이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더 이상 케이블이 발목 잡는다는 변명을 하지 말라"며 "마케팅에 과다한 돈을 써서 시장을 흐리는 것은 바로 유선통신 3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상품지급을 통한 과열 경쟁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지난달 1일 공정거래법의 상품고시 관련 조항이 개정되면서 상품 거래가액의 10%를 초과해 경품을 제공하거나 제의하는 행위를 규제했던 내용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경품제공에 관한 어떤 규제도 사라진 셈이다.

 

권혜정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 사무관은 “경품의 경우 기본적으로 시장을 촉진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규제조항이 오랫동안 논란이 돼왔다”며 “인터넷 경품을 가지고 오해해서 상품을 구매하지 않을 만큼 소비자들이 현명해졌고, 상품 지급도 사실은 가격인하 경쟁이라고 보기 때문에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규제조항이 사라진 뒤 방통위는 제재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2일 SK브로드밴드와 LG파워콤의 초고속 인터넷 과다 경품 제공에 대한 제제 여부를 논의했으나, 지난 5월에 이어 또 한 차례 결정을 연기했다.

 

이창희 방통위 이용자보호과장은 “최근 위원회에서 경품 관련 위법기준 제정을 심의하다 다음 회의로 연기하기로 했다”며 “위원회에서 결론이 나면 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경품 경쟁은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소비자원의 한 관계자는 “가입하면 주기로 했던 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과장광고에 현혹돼 가입하고 나서 해지가 어렵다는 등의 피해사례가 있었다”며 “과다한 경품 지급은 결국은 원가에 포함돼 소비자에게 비용청구로 전가 된다”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송수연 기자 whalerid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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