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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기금' 설치 법제화 하자
2015-11-26 06:00:00 2015-12-01 09:48:47
재생에너지는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선택적 에너지가 아니라 필수에너지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권위를 굳이 빌리지 않고도 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점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감하다. 유럽은 물론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기후변화대응의 중요한 정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이유다.
 
올해 6월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가 발간한 'New Energy Outlook 2015'에 따르면 전세계 전력 생산의 65% 이상을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비중이 오는 2040년에는 36%까지 줄어들고, 대신 신재생에너지는 54%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한다.
 
신재생에너지 정책네트워크(REN21)도 전세계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지난해 전체 에너지소비량 중 22.8%로, 최초로 20%를 넘어섰다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JP모건,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해외의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이런 흐름을 이미 간파하고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전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및 연료 신규 투자는 2014년 2700억 달러에 이르며, 이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눈을 우리나라로 돌리면 재생에너지는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35년까지 총 에너지소비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IEA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발전량 대비 0.8%다. 이는 OECD 평균인 7.7%보다 9.6배 이상 적다. OECD 전체 국가 중 최하위다.
 
OECD 국가에 비해 국가목표 달성 수준도 현저히 낮을 뿐만 아니라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 및 인프라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재생에너지 관련예산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특히 연구개발 등 중요한 부분에서 줄었다. 세계는 저탄소사회로 가는데, 화석연료와 원전마피아의 논리에 사로잡힌 정부의 의지는 여전히 박약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략적 투자든 재무적 투자든 국내 재생에너지 투자가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투자자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투자 저해요인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익성, 정책 불확실성, 인허가 등이 주요한 저해요인으로 나타났다. 활성화 방안은 이해관계에 따라 제 각각이었고, 다양한 이해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재생에너지기금' 설치방안이 제시됐다. 이를 통해 투자자 리스크를 줄이고 수익률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재생에너지 지원 재원은 분산돼 있다. '재생에너지'라는 실명으로 된 단일한 통장이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원의 안정적 마련과 발굴 및 확대에 대한 해당 부처의 의지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에 '재생에너지기금' 설치와 운용에 관한 사항을 법제화해서 재생에너지 지원과 투자를 더욱 활성화하고 관련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영, 미, 독, 중, 호주 등에서는 정부가 기금을 법제화해서 재생에너지산업 및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민간자금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독일 특별에너지와 기후기금(Special Energy and Climate Fund), 중국 재생에너지개발특별펀드(Renewable Energy Development Special Fund)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기금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기존 신재생에너지 보급지원, 발전차액지원, R&D지원, 전력기금과 예산특별회계에서 재생에너지분야로 지원되는 정부지원금을 기금에 편입시키면 적어도 9천억원 가량 확보할 수 있다. 여기에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와 배출권거래제의 과징금, 에너지기술평가원이 R&D개발 상용화 및 특허 기술료로 벌어들이는 사업징수분, 원자력발전에 재생에너지기금을 부과하는 전력구조 개선 등을 통해서도 신규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기금' 설치는 저수지를 만드는 일과 같다. 얼마나 큰 규모를 만들지, 얼마나 많은 물을 끌어 올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의지에 달렸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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