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노동개혁 5대 법안'을 논의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또 다시 파행됐다. 여당 의원들은 법안 심사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은 기간제법·파견법 등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자 어깃장을 놓았다.
24일 환노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정회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이 기간제법·파견법·고용보험법에 대한 심사를 거부해서 회의가 중단됐다"며 "법안을 심사하지 않는 것은 의회주의에 반하는 태도"라고 말했다.
곧이어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은 "청년고용촉진특별법 등을 심사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의 거부로 소위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하고 파행됐다"며 "환노위에 계류 중인 법안들이 많은데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법안 심사 때문에 이것들을 뒤로 돌리는 건 새치기이자 반칙 행위"라고 맞받아쳤다. 같은 당 은수미 의원도 "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들도 있다. 새누리당 법안만 우선 논의하자는 것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이날 환노위 법안소위에는 청년촉진특별법과 노조법, 산재보험법 개정안 37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여기엔 새누리당 '노동 5법' 가운데 하나인 산재보험법 개정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여당 의원들은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기간제법·파견법·고용보험법이 안건에 오르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새누리당 김용남 의원은 "국정을 책임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뜻을 담아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발의한 법안이 논의될지 말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는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소위원장을 맡은 권 의원은 "여야 간사가 합의한 안건만 올라왔다. 야당이 법안 심사를 거부해서 3가지 법안이 빠졌다"고 했다.
여당 의원들은 '직권상정'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야당이 반대하면 여당 단독으로라도 5대 법안을 심사하자는 것이다. 같은 당 이완영 의원은 "소위원장이 마음대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여야 간사가 합의하는 게 관행이었지만, 이런 상황에선 야당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노동 5법을 심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이 노사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새정치연합 장하나 의원은 "기간제 사용 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는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사용자 단체가 민원 사항으로 올린 내용"이라며 "법이 통과됐을 때 노동 약자에게 어떤 피해가 있을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도 "비정규직 문제는 노사정이 합의하지 않았는데도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미합의된 사항까지 한꺼번에 올려 국회에서 밀어붙이는 건 국민에게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날 법안소위는 의사진행발언으로 공방을 주고받은 끝에 1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여야 간사가 합의해서 안건으로 올라왔던 법안 심사는 한 발도 내딛지 못했다. 환노위 법안소위는 지난 20일에도 새누리당이 여야 동수인 환노위원을 1명 늘리려다가 진통을 겪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노동 법안만 470건이 계류돼 있다. 그동안 한번도 논의되지 않은 법안들이 상당수인데, 새누리당이 최근에 내놓은 법안으로만 목청을 높이는 건 공정하지 않다"며 "밤을 새워서라도 모든 법안을 심의하는 게 소위원회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권성동 소위원장 주재로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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