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카드슈랑스 불완전판매 614억 환불
신용카드사 관리·인수심사 소홀한 책임인정 첫 사례
2015-11-15 12:00:00 2015-11-15 12:00:00
#김 모씨는 3년 전 신용카드 텔레마케팅(TM) 직원으로부터 솔깃한 저축상품을 권유 받았다. '우수 고객만을 위한 상품'에 매달 10만원씩 저축하면 원금의 50%에 해당하는 5만원의 이자를 받고, 세금을 완전히 면제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은행 이자에 비해 10배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고 TM직원이 거듭 권유하자 김 씨는 상품 가입을 결심했다. 
 
보험사 10곳이 이같은 카드슈랑스(신용카드사가 보험사와 제휴해 판매하는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로 역풍을 맞았다. 금융감독원이 김 씨처럼 보험 상품을 비과세·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안내받고 가입한 보험 소비자들에게 614억원 규모의 보험금을 돌려주라는 결정을 내렸다.
 
보험사에 신용카드사 보험대리점에 대한 관리와 보험계약 인수심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징계한 첫 사례다. 다만 환불 조치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는데다가 제재도 경징계에 그쳐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카드슈랑스 불완전 판매를 한 10개 보험사에 대해 '기관주의' 조치를 내리고, 관련 직원에 대해서는 '자율처리 필요사항(옛 조치의뢰)'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또 9만6753건의 보험계약자들에게 불완전판매에 대한 피해액 614억원을 환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다음 달부터 환급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험사별 환급 대상 계약건수는 KB(옛 LIG)손해보험이 3만2915건으로 가장 많고, 동부화재(2만3429), 현대해상(1만7653), 삼성화재(1만634), 흥국생명(4648), 메리츠화재(2860), 롯데손해보험(1661), 동양생명(1100), 동부생명(1053), 흥국화재(800)의 순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불완전판매 검사에 나섰던 지난 2011년 7월1일부터 2013년 3월31일까지의 실효·해지 계약만 해당되기 때문에 검사 전후 불완전 판매 계약을 합치면 환급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출처/금융감독원
 
보험사들은 우편이나 핸드폰 문자로 환급절차를 안내한 뒤 소비자로부터 불완전판매 회신 접수를 받아 환급 절차를 진행한다. 보험사의 최초 안내 후 한 달 이내 회신이 오지 않을 경우 2번 더 안내하고, 회신 만료기간 이후에는 건별로 처리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결정은 카드슈랑스 상품을 내놓은 보험사들에 관리와 심사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초 하나SK·현대·롯데·신한·KB국민·BC·삼성카드 등 보험상품을 판매한 카드사에 기관경고와 기관주의, 과태료 부과, 관련자 문책 등의 제재를 내렸다.
 
카드사 TM 직원들이 카드슈랑스 상품을 은행의 적립식 저축상품으로 안내하거나 비과세 복리상품만을 강조하고 중도해지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 등 불합리한 사실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 불완전 판매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반면 보험사들에 대한 제재는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소비자 구제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어야 했다.
 
보험사들이 기관주의와 환불 조치를 받았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사들에 대한 제재가 경징계에 그친 데다가 환불을 강제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이성재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장은 "다수의 소비자가 손실을 입은 점을 감안해 중징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현행 법규 하에서는 불완전판매 당사자가 아닌 보험회사에 대해 중징계하기는 어렵다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환불 대상을 금감원의 검사 대상기간으로 한정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감원 검사 전후 계약한 불완전 상품의 경우 보험 소비자가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구제 받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상품에 가입한 모든 소비자에게 피해를 안내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계약자가 환급받을 수 있도록 보험사들을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김동훈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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