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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회 청룡영화상을 빛낼 여배우는 누구?
2015-11-16 08:00:00 2015-11-16 08:00: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영화시상식으로 평가받는 '청룡영화상'이 어느덧 36회를 맞는다.
 
올해도 한국 영화계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세 편이 넘는 저력을 발휘했다. 대중성뿐만 아니라 영화적 완성도를 인정받은 영화가 대거 등장한 덕에 올해 시상식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에는 여배우들의 활약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남다른 해다. '암살', '간신',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차이나타운', '뷰티인사이드' 등 여배우들이 전면에 나선 영화들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여배우 간의 경합이 유독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전도연(왼쪽), 전지현. 사진/뉴시스
 
◇여우주연상: 전도연·전지현의 진검승부
 
올해 청룡영화상의 여우주연상 후보에는 '차이나타운'의 김혜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정현, '무뢰한'의 전도연, '암살'의 전지현, '뷰티 인사이드'의 한효주가 올랐다.
 
후보마다 연기력이 훌륭했고, 이름값 역시 막강하지만 수상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는 배우는 전도연과 전지현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청룡의 꽃'이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되고 있다.
 
지난 1997년 영화 '접속'으로 스크린에 데뷔해 당시 모든 시상식의 신인여우상을 휩쓴 전도연은 이후에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해피엔드', '너는 내운명' 등을 통해 국내 다수의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하며 명실 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우뚝 섰다. 이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 세계적으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어린 나이부터 워낙 훌륭한 연기를 펼쳐왔기 때문일까, 절대적으로 연기력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연기력보다 얼만큼 성장했느냐도 수상의 기준이 되는 터라 전도연은 국내 영화 시상식에서 한 동안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남들보다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던 전도연이다.
 
그런 전도연이 '무뢰한'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전도연은 '무뢰한'에서 퇴물이 된 술집 마담 혜경 역으로 또 한 번 여운이 짙은 연기를 펼쳤다.
 
그가 연기한 혜경은 술집 영업부장으로 온 정재곤(김남길 분)이 형사인 줄도 모르고 속내를 드러냈다가 배반을 당하는 여인이다. 연락도 되지 않는 남자친구를 사랑해서라기보다는 유일한 희망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곁에 머무는 모습이나 배반을 당하고 절망을 느끼는 과정에서 보여준 감정 연기는 기존의 전도연을 넘어선다는 평가다. 전도연의 연기 덕에 '무뢰한'은 평단으로부터 작품성도 크게 인정받았다.
 
전도연 못지않게 유력한 수상 후보가 전지현이다. 지난 2001년 '엽기적인 그녀'의 주인공으로 나서 흥행시킨 전지현은 당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어린 여배우로서는 노미네이트만으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그 이후로 '4인용 식탁',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블러드' 등에 출연했지만, 작품성과 연기적인 면에서 큰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락세였던 전지현은 2012년, '도둑들'로 재기에 성공했고, 2013년에 개봉한 '베를린'을 통해 더욱 성숙해진 연기력으로 상승세를 탔다. 그리고 이번 '암살'에서 주인공인 안옥윤을 맡아 영화 전반을 이끌었다.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끈 비중도 비중이지만, 그 안에서 보인 안정된 연기와 감정은 전지현이 보여준 연기 중 최고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대중과 평단뿐 아니라 한국영화 감독들도 전지현의 연기력을 크게 인정했다. 아울러 처음 선보인 총기 액션 역시 빈 틈이 없었다는 평가다. 올해 노미네이트 된 여배우 중 가장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기 충분하다.
 
올해 청룡영화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배우 중 누가 여우주연상의 트로피를 품에 안을지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유영(왼쪽), 박소담. 사진/뉴스1
◇신인여우상: 이유영·박소담, '한예종' 동기간 맞대결
 
올해 신인여우상의 후보에는 '마돈나'의 권소현, '강남1970'의 김설현,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의 박소담, '스물' 이유비, '간신' 이유영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에서 가장 뚜렷한 활약을 보인 배우는 이유영과 박소담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기학과 10학번 동기인 두 사람은 이번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부문에서 각축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봄'을 통해 혜성처럼 충무로에 입성한 이유영은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을 비롯해 국내 시상식 다수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었다.
 
이번 청룡영화상에서는 '간신'으로 노미네이트 됐다. '간신'에서 이유영은 자신의 여성성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신분상승을 노리는 설중매 역으로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했다. 섹시하고 도발적인 매력은 물론 상대 배우 임지연과의 베드신까지 강렬하다.
 
노출 연기뿐 아니라 순간순간 엿보이는 감정 연기의 강렬함이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임지연보다도 강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노출하는 여배우는 연기를 못 한다'는 공식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이유영은 영화 '그놈이다'에서 귀신을 보는 소녀로 나서 한층 더 성숙하고 폭 넓은 연기를 펼쳤다.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강력히 예상되는 점 또한 이번 수상 심사에 감안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담은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에서 박보영에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평단과 관객에 큰 잔상을 남겼다. 박소담은 1938년을 배경으로 외부와 단절된 경성의 기숙학교에 감춰진 비밀에 다가가는 연덕으로 출연했다. 책임감 있게 친구들을 통솔하는 단단한 모습을 자세히 묘사했으며, 주란(박보영 분)과 미묘한 워맨스(Womance)도 자연스러웠다는 평가다.
 
박소담은 최근 개봉한 '검은 사제들'에서 넷 악령에 씐 소녀 영신과 실제 영신 등 다섯 인물의 제각각의 모습을 다른 언어, 목소리와 감성으로 명확히 표현해 '충무로의 보석'으로 거듭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현 충무로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예 이유영고 박소담 중 누가 청룡의 선택을 받을지도 여우주연상 못지않게 관심을 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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