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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미국 ARC 어워드도 허위내용으로 수상
이산화탄소 감소율 기재 잘못된 보고서로 '자동차&트럭' 부문 금상
2015-11-15 10:51:45 2015-11-15 10:51:46
[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배출가스 저감 장치 조작 규모가 나날이 커져가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이 허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포함한 보고서로 유력 국제연차보고서대회인 'ARC어워드'를 수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달 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ARC어워드 '자동차&트럭(Automobile&Trucks)' 부문에서 2014년 경영지속가능 보고서를 통해 '골드(Gold)'에 선정됐다. 경쟁사 중 하나인 BMW는 '브론즈(Bronze)'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87년 출범한 미국 ARC 어워드는 커뮤니케이션 증진을 위해 탁월한 연차보고서를 선정하는 대회로 '비전 어워드'와 함께 양대 국제연차보고서대회로 불린다. 매년 35개국에서 2000개 이상의 보고서가 출품될 정도로 세계적 권위와 공신력을 자랑한다.
 
폭스바겐그룹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환경 분야는 폭스바겐 그룹이 제공하는 중요한 글로벌 도전의 일부'와 '일관성 있는 환경보호에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Konsequenter Umweltschutz hat im Volkswagen Konzern eine lange Tradition.)'고 설명하며 지난해 말 기준 차량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23.2% 낮췄다고 주장했다. 또 휘발성 유기화합물(VOC) 배출량 역시 20% 이상 감소시켰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지난달 1일 미국 ARC어워드를 수상한 폭스바겐그룹의 지난해 연차보고서 일부. 붉은색 박스 부분을 통해 차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 2010년 대비 23.2%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료/폭스바겐그룹.
 
이밖에도 전세계에 공급 중인 자사 차량의 배출 가스를 표로 표현하며 친환경 그룹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자사 2014년 모델이 기존 모델에 비해 1km를 주행하는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3g, 중국에서 7g씩 줄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나기 전 기록한 내용으로 해당 수치들 역시 신빙성을 잃은 상태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 9월 19일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의해 2.0 디젤 엔진이 탑재된 폭스바겐 골프, 제타, 비틀, 파사트와 아우디 A3 등 48만2000여대에 배출가스 기준 만족을 위해 별도의 차단소프트웨어를 임의로 설치한 사실이 적발됐다.
 
전세계 총 1100만대 규모의 배기가스 조작 자동차가 존재한다고 시인한 폭스바겐은 마틴 빈터콘 회장이 직접 사과에 나서며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이달 2일 2리터 이하 디젤 엔진 외에 3리터급 디젤 엔진에도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조작 장치가 탑재됐다고 발표하며 문제 차종 범위가 폭스바겐 투아렉과 포르쉐 카이엔 등 1만여대까지 확대됐다.
 
폭스바겐은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 하루 만에 이를 인정하며 추가적으로 "최근 실시한 내부 조사에서 80만여대에 해당하는 차량의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배출기준과 불일치 했으며 이 가운데 9만8000여대는 가솔린 차량으로 밝혀졌다"고 시인했다.
 
폭스바겐이 밝힌 이산화탄소 과다 배출 엔진은 폭스바겐과 스코다, 아우디, 세아트 등의 1.4리터, 1.6리터, 2리터 TDi 디젤엔진과 1.4리터 가솔린 엔진 등이다.
 
여기에 지난 8일 폭스바겐 엔지니어들이 조작 사실을 시인하며 "마틴 빈터콘 전 CEO가 내세운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는 무리한 수준으로 이를 만족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고 고백하면서 결정타를 맞았다.
 
지난 9월 마티아스 뮐러 폭스바겐 신임 회장이 폭스바겐 감사 후 착잡한 표정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이를 통해 지난해 연차보고서에 제시된 배출가스 감소율 역시 허위로 드러난 것이다.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국제연차보고서 대회에서 허위 내용을 기재한 보고서로 입상한 셈이다.
 
ARC 어워드 수상경력이 있는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ARC 어워드가 수상 기업 선정에 있어 연차보고서가 해당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얼마나 IR정보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요소를 잘 갖췄느냐를 평가하는 만큼 내용의 진위보다는 효율성이나 탁월성을 주로 보기 때문에 내용 진위 여부 파악에 있어 다소 부족했을 수 있다"며 "이번 경우는 결과적으로 폭스바겐 측이 친환경적 기업 이미지 강조를 위해 양대 연차보고서 대회를 하나의 채널로 이용한 것으로 ARC 어워드 입장에서도 한 방 먹은 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전세계를 상대로 한 대규모 조작 스캔들에 휘말린 폭스바겐은 지난 9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의 신용등급이 기존 'A'에서 'BBB+'로 두 단계나 강등됐다. 이는 피치가 분류하는 등급 중 3번째 하위 수준이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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