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목단체 계좌, 예금주 확인않고 인출되면 "은행 책임"
2015-11-10 12:00:00 2015-11-10 12:00:00
2009년 9월 A 장학회는 B은행의 정기예금에 가입하면서 장학회 대표 C씨 등 3명의 도장을 공동 날인했다. 3억6000만원에 달하는 정기예금의 부당인출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부당인출은 쉽게 발생했다. 2010년 5월 이 장학회의 사무국장 D씨는 "이자출금을 위해 필요하다"며 C씨 등 3명을 속이고 이들로부터 출금전표에 도장을 날인받았다. D씨는 은행을 찾아가 해당 정기예금을 중도해지하고 장학회 명의 보통예금 계좌로 이체한 뒤 예금 전액을 개인적으로 썼다. 정기예금을 해지하기 전에 보통예금 계좌의 비밀번호와 통장인감을 바꾸고 현금카드도 새롭게 발급받기까지 했다. D씨에게 은행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은행은 D씨가 단지 C씨 주민등록증 사본을 소지하고 있을 뿐 위임장이 없었음에도 정상적으로 보통예금 계좌 비밀번호 등을 변경해 주고 정기예금도 해지 처리했다.
 
이처럼 은행이 예금 청구자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지급한 경우 은행에 책임이 있고, 부당인출된 돈은 실제 예금주에게 돌려주라는 금융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10일 은행이 본인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정기예금 인출 권한이 없는 제3자에게 정기예금을 지급한 경우에 대해 이를 돌려주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예금주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예금을 지급한 은행은 부당인출을 당한 예금주에게 전부 돌려주고, 은행은 이에 따른 피해액을 D씨에 구상권 청구 방식 등을 동원해 받아야 한다.
 
그간 일부 은행에서 예금인출에 필요한 비밀번호 등 일부 정보가 일치할 경우 추가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예금주가 아닌 제3자에게 예금을 지급해 관련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감원은 내부통제가 미흡한 종친회·장학회 등 비영리법인과 친목단체 예금주를 대상으로 제3자에 의한 예금인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또 은행 직원들이 내부 규정을 숙지하고 본인확인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민 금감원 분쟁조정국장은 "은행은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가로서의 주의를 기울여 예금지급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주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은행에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금융감독원.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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