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회에서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놓고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자라나는 세대에 올바른 역사를 가리켜야 한다는 진보와 보수 측의 주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다.
하지만 이렇게 역사전쟁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사이에 국회에서의 예산안 처리 시한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개정 국회법(일명, 국회서진화법)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은 12월 2일까지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 국회에서 예산안을 제대로 심사하지 못한다면 2016년도 예산안은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 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이다. KF-X 사업은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총 18조원 규모다. 이 사업은 2025년 까지 8조원을 투입, 한국형 전투기를 개발하고 다시 10조원을 추가로 들여 120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670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 예산(22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대로 2025년 까지 KF-X 시제기를 내놓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이 4개의 핵심기술 이전을 거부한데다 선진국에서 20년 이상 걸리는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우리는 10년이면 된다고 호언장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가운데 레이더 기술은 미국 정부가 기술 유출을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 이 기술은 전투기가 적의 전자전 공격을 회피하면서 공중전을 벌이거나 지상의 목표물을 타격할 때 꼭 필요하다.
정부 관계자들은 “꼭 믿어달라. 예산을 통과시켜달라”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그 말을 믿으란 말인가.
이 사업이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에서 제기하는 ‘단군 이래 최대의 부실 사업’, ‘위험 천만한 도박’이 아닐 수 없다.
만약 2025년에 가서 한국이 KF-X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아무도 책임질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 2년여 밖에 남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한민구 국방장관도 없고, 박 대통령에게 이 사업 관련해 긍정적 보고를 올려 재가를 받은 장명진 방위사업청장도 없다.
보수는 안보를 가장 중요시 한다. 더구나 우리 같은 분단국에서 ‘안보 장사’는 정권의 버팀목 역할 까지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KF-X 사업에 대처하는 모습은 전혀 안보제일주의를 내세우는 보수정권의 모습이 아니다.
예산이 통과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국회 국방위는 오는 17일 이 사업에 대한 공정회를 열 예정이다. 이 공청회가 형식적이고 통과의례적인 것이 아니길 바란다.
권순철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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