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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가뭄…담수화 기술 보유 건설사들 '관심'
해수담수화 시설, 실적·기술 보유한 두산중공업 등 눈길
2015-11-08 11:00:00 2015-11-08 11:00:00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어쩌면 당연히 중동에서만 발주하고 수주, 시공하는 사업으로만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국내에 해수담수화 시설이 이렇게 빨리 필요하게 될 지 현업에 있는 저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네요." (A건설 관계자)
 
42년 만의 최저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정부차원의 해수담수화시설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에서 관련 실적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이 주목받고 있다.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지난 4일 기자 간담회에서 "추가로 댐을 지으려면 공청회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적게는 7년, 많게는 10년까지 걸릴 수 있고 비용도 10만톤 규모 기준, 3000억~4000억원가량 소요된다"며 "해수담수화시설의 경우 3~4년 정도면 건설이 가능한데다 비용도 2400억원 정도로 저렴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댐은 산과 산 사이의 하천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만큼 지리적 한계가 있는데다 환경파괴에 따른 환경단체의 반발, 지역이 수몰되는데 따른 민심 저항 및 이주비용 등 적잖은 사회적 비용이 소모된다. 또, 우수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조정되는 만큼 요즘과 같은 극심한 가뭄에서는 무용지물이란 게 전문가들과 업계의 중론이다.
 
반면, 담수화 시설은 상대적으로 환경 파괴가 덜하고, 댐처럼 단순히 우수를 모아두는 것이 아니라 발전을 통해 필요에 따라 생산한다는 장점이 있다. 댐이 수동적이라면 담수화 시설은 능동적인 수자원 확보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담수화 시설을 꾸준히 가동시켜야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에너지 소비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두산중공업(034020) 관계자는 "발전소에는 발전을 위한 용수가 필요하고, 담수화시설에는 용수 생산을 위한 열이 필요하다"며 "담수화시설이 유지되는 비용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판단할 부분이 아닌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관련 사업 실적이나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담수화 시설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 1위(55%, 2014년 GWI 기준)에 빛나는 두산중공업은 현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화 플랜트인 사우디아라비아 라스알카이르(일산 103만6448톤)를 비롯해 전 세계 27개 프로젝트에서 64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공급되는 물의 양은 하루 2200만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특히, 담수화 시설의 주요 3개 프로세스 모두를 실행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업체로, 프로세스 간 결합을 통해 고효율의 하이브리드 방식도 사용할 수 있다.
 
대개 담수 프로세스는 MSF(다단증발식), MED(다단효용방식), RO(역삼투압방식) 등 3가지로 나뉘는데 MSF나 MED는 발전소의 배열 또는 보일러를 이용해 해수를 가열, 담수를 생산하는 방식이고, RO는 해수에 압력을 가해 멤브레인(반투막)을 통과시켜 담수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 중 둘 이상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의 경우 잔열이 많을 때는 MSF나 MED방식으로, 반대로 물이 많을 경우에는 RO방식으로 담수를 생산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극대화한 방식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대체로 내수시장에서 체력을 키워 글로벌 무대로 나오기 마련인데, 우리는 그 반대로 해외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여기까지 왔다"며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국내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GS건설(006360)의 경우 2013년 인수한 스페인 수처리업체 '이니마'가 관련 기술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GS이니마는 스페인 건설그룹 OHL이 100% 지분을 가진 자회사로, RO 담수플랜트 세계 10위권 업체다. 세계 최초로 담수플랜트를 시공한 바 있으며 주로 서북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688억원, 영업이익 51억원을 기록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방식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당장 참여 여부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면 아무래도 정부에서 추진하는 만큼 관심을 갖고 검토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5위(2.37%, 2014 GWI 기준)에 랭크된 한화건설은 사우디에서 수주한 발전소를 시공하면서 발전소 운용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수시설을 공급한 바 있다. 이들 시설의 일일 생산량은 1327만갤런(약 5023리터)에 달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물 부족 국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건설업계에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개념에서 충분히 검토해볼만한 사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유수율 제고나 절수 방안 등을 통해 현재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새로운 관점에서 수자원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라 국토교통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공에 따르면 서산, 홍성, 예산 등 충남 서북권 8개 시·군 및 3개 화력발전의 용수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보령댐의 경우 지난 6일 오전 8시40분을 기해 저수율이 18%대로 떨어졌다. 올 들어 6일까지 누계로는 784.8㎜로, 지난해 같은 기간(973.1㎜)에 비해 19.35% 줄어들었다.
사상 최악의 가뭄 지속으로 담수화 시설이 거론되면서 건설업계에서 관련 실적이나 기술을 보유한 건설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두산중공업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해수담수화 플랜트. 사진/두산중공업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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