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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공급과잉이 부를 주택시장 침체, 지방부터 현실화 될 수도
2015-10-28 08:00:00 2015-10-28 08:00:00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지방에서 시작된 주택시장 회복세가 다시 지방부터 꺼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순환구조를 가지는 부동산 시장에서 다시 지방발 침체기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주택시장 침체의 절대지표라 할 수 있는 미분양 물량이 지방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특히, 지방발 부동산 열풍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이른바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과 대구의 미분양 증가가 우려된다. 국토교통부의 9월 미분양 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524가구로 전월대비 826가구(2.6%)가 늘었다. 물론 미분양이 정점을 찍었던 2009년 12만가구와 지난해 말 4만가구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지만 올해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소폭의 증가세지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최근 전국 주택시장 열기를 이끌었던 지방에서 2166가구(13.7%)가구가 늘어난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지방 가운데서도 대구와 부산, 울산, 경남 등을 중심으로 지방 혁신도시, 세종시 등은 지금의 회복세를 이끈 지역들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에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제기됐던 과잉공급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의 경우 지난해 말 2060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8월 1044가구까지 절반이 줄었다. 분양시장 열기를 타고 많은 물량이 공급됐지만 모두 소화하면서도 적체된 미분양을 줄여나갔던 것이다. 그런 부산이 9월에는 208가구의 미분양이 늘어났다. 대구도 97가구가 늘었는데, 절대적인 수치는 적지만 8월 11가구에 불과했던 미분양이 108가구로 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또 경남도 194가구가 늘면서 2800가구가 미분양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지방 가운데서도 분양물량이 많고,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분양시장을 이끌었던 곳이었다.
 
미분양 증가는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에 9월까지 전국에서 분양된 물량은 33만5600가구로 작년에 22만가구가 분양됐던 것과 비교하면 11만가구 넘게 많아졌다.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이 17만가구로 작년 7만9000가구보다 두 배 넘는 공급이 이뤄졌고, 지방은 14만1000가구에서 16만5000가구로 2만4000가구 정도 늘어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앞서 언급한 부동산 열기의 진원지라 일컬을 수 있는 부산과 대구 등의 분양물량이 올해는 줄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산은 9월까지 2만가구가 넘게 공급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1만7300가구 정도로 16%가량 감소했고, 대구는 이보다 더 많은 2만1100가구에서 1만2000가구로 48%나 줄었다. 최근 2~3년 공급이 크게 늘어나면서 올해는 분양이 줄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미분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분양시장 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 거래도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택시장 침체가 생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듯 하다. 올해 9월까지 전국 주택 매매거래는 총 90만2000건 정도로 지난해 71만4000건과 비교하면 20만건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9월 거래는 8만6700건에서 8만6100건으로 소폭이지만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9월 누적 기준으로 수도권은 46만3000가구로 지난해와 비교해 41% 늘었지만 지방은 43만9000가구로 13.4% 증가하는데 그쳐 지방이 비교적 증가폭이 적었다. 9월 거래량은 특히 수도권은 4만3000가구에서 5만가구로 늘었지만 지방은 4만3600가구에서 4만200가구로 줄었다.
 
기존 주택 거래는 미분양에 따른 주택시장 침체기에 주택가격 폭락을 둔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미분양이 늘고 기존 주택거래까지 줄어든다면 시장 침체는 더욱 가속화될 수 있음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물량은 줄어들고 있지만 미분양은 오히려 늘어나는 지역들이 차츰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주택시장을 이끌던 부산과 대구 등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고 있는 만큼, 그동안 우려했던 공급과잉에 대한 시장 침체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수요자 입장에서는 내가 실제로 거주하는 목적의 새아파트 구입은 괜찮겠지만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무턱대고 분양을 받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존주택의 경우에도 임차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거래는 계속되겠지만 가격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구입에 나서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정부는 임차시장 가격 상승으로 거래량이 급격히 줄어들지는 않겠지만 가격 폭락을 저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나선다면 그때는 분명히 늦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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