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론직설) 상상력이 빈곤한 정치
2015-10-25 10:59:17 2015-11-01 14:52:03
지난주 청와대 5자 회동은 실패했다.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의 여야 대표가 만났다. 오늘의 대통령도, 내일의 대통령 후보들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당 원내대표는 기록사 역할로 끝났다. 얽히고 설킨 정치 현안들의 매듭은 더 꼬였다. 만남의 형식이 회담이 아닌 회동이었다. 허심탄회한 소통은 사라지고 날선 비판만 난무했다. 아집과 독선이 넘쳐났다. 차라리 아니함만 못한 회동이었다. 지지 세력 결집이라는 정치적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회동이었다면 더더욱 실망이다.
 
일단 사전 조율과 준비에 실패한 청와대측의 책임이 크다. 손님들을 안방까지 초대해서 그 흔한 공동 합의문 하나 발표하지 못했다. 회동 후 대통령 발언 내용을 바로 잡느라고 밤새 쩔쩔맸다. 최고 지도자들의 만남은 막힌 담을 뚫는 결단의 자리요,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세레머니이다. 이번 회동의 목적은 대통령의 방미 성과 설명과 국정 운영 협조였다. 미국 방문 이야기는 한마디에 그쳤다. 국정 현안에 관해서는 이견만 표출되었다. 만남의 형식, 어젠다 선정, 참가자의 발언, 합의 내용, 언론 브리핑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가 안됐다. 몇 가지 공감을 이룬 이슈도 있었는데 공동 발표문을 생산하지 못했다. 여야 대표, 청와대 정무수석 모두 동향 출신인데 사전 소통이 안되었다. 대통령이 그냥 차 한잔 마시며 편안하게 이야기하자고 했다. 그래도 참모들은 국민을 위한 메시지를 만들었어야 했다.
 
야당 대표들의 책임도 적지 않다. 민심을 읽으려면 제대로 읽어야 한다. 비판을 하려면 정곡을 찔러야 한다. 예전의 야당 대표들은 그랬다. 생각이 깊었고, 비판은 매섭고 날카로웠다. 최우선 과제는 민생 경제다. 수출 감소, 경제성장율 하락, 잠재성장율 추락, 청년 실업율과 노인빈곤율 급상승 등 경제 지표 어느 하나 괜찮은 것이 없다. 국민 모두 3불(불안, 불만, 불평)의 시대를 살고 있다. 조목조목 대통령에게 따져 준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했다. 대책은 요구했어야 했다. 제대로 된 견제와 균형은 야당이 존재하는 이유다. 말로만 수권 정당 되는 것이 아니다. 민심을 얻어야 한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중요한 이슈이다. 야당 대표가 ‘한 건 잡았다’는 식으로 정치 공세에 집중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다. 오히려 시중의 반대 여론만 전달해도 충분했다.
 
여당 대표들은 꾸어다 놓은 보리자루 같았다. 김무성 대표는 고민없이 쉬운 길을 선택했다. 오랜만에 회복된 대통령과의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보수의 지지를 받는 국정화도 총대를 맸다. 야당 대표 공격에도 앞장섰다. 지난 3월 청와대 회동 때의 중재자 역할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부산에서 이룬 합의를 잊었냐는 야당 대표의 타박도 그냥 받아냈다. 김 대표가 배려를 발휘했다면 철의 장막도 아닌 ‘대화의 절벽’은 없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27일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해서 시정연설을 한다. 그라운드가 국회로 옮겨진다. 지난 회동에서의 발언 그 이상으로 갈 것이다. ‘청와대를 뭘로 아느냐’ ‘예전에 저보고 그년 하지 않았느냐’라고 매섭게 농담했던 대통령이다. 여당은 대통령을 위해 앞장 설 것이다. 야당은 오랜만에 잡은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국정화 반대 서명과 장외 집회를 강행한다. 그리고 내년 총선까지 이슈화 하려고 한다. 
 
국민들은 반복되는 갈등이 짜증난다. 비생산적인 대립의 정치가 싫다. 비스마르크는 ‘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다’고 했다. 새 시대의 담대한 정치 비전과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하버드 대학교 총장을 지낸 로렌스 섬머스 교수가 말했다. 지도자는 ‘자기성찰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현실에 대한 깊은 고뇌가 필요한 시기이다.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상상력은 그냥 생기지 않는다. 치열한 고통의 결과이다. 넘치는 상상력으로 감동을 주는 정치, 그 사치를 우리는 언제쯤 누릴 수 있을까?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약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 학사
-하버드 대학교 정책대학원 행정학 석사
-청와대 행정관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이사
-연세대 행정대학원 강사
-상명대학교 정치경영대학원 초빙교수
-(현)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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