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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갈지자’ 한국 외교에 침묵 이유는
박 대통령 방미 발언에 조용…한·중 갈등 원치 않는 듯
2015-10-25 10:11:22 2015-10-26 10:50:40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미국을 방문해 중국을 크게 자극할 만한 발언을 여러 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입을 다물고 있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한·미·일 3각 체제 구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박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우호의 밤' 행사 연설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태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3각 체제 구축을 뜻하는 재균형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는 “한미동맹의 기적의 역사를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미가 주도하는 통일을 이뤄 주한미군의 영향력이 압록강·두만강변까지 미치도록 하자는 뜻으로 해석됐다. 중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을 박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다.
 
지난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했던 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는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자 ‘널뛰기 외교’ ‘갈지자 외교’라는 비판이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려고 ‘한미동맹의 한반도 전역화’ 발언을 함으로써 한중관계를 상당히 어렵게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박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미·중 갈등의 핵인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한국은 미국 쪽에 줄을 서라’는 요구를 한 것도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열흘이 지나도록 한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 전문가인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는 “중국 정부의 반응도 없었고, 언론 보도도 없었으며, 인터넷에서 도는 얘기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2일 한반도평화포럼 월례토론회에서 이같이 전하며 “중국의 기분은 분명 나빴겠지만, 이 이슈를 키워 한·중 갈등을 만들고 싶지는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한국이 한·미·일 동맹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중국의 대 남한 정책의 핵심”이라며 “3국 동맹으로 가는 데 있어 한국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과의 관계를 단기적으로 악화시키지 않고 지금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한·미 정상들이 북한만을 주제로 한 공동성명을 발표해 강경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역시 크게 반발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이다. 북한은 노동신문 논평과 대남선전용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공동성명을 비난하긴 했지만, 국방위원회나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공식 국가기구에서는 비난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반발은 고사하고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온건한’ 제안을 내놨다.
 
정세현 전 장관은 토론회에서 “북한은 미국의 향후 반응을 지켜보며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며 “예를 들어 미국이 뉴욕채널을 통해 ‘박 대통령의 주문이 있어서 강하게 말한 것일 뿐’이란 식의 사인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그러나 미 국무부의 성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0일 상원 외교위원회 북한 청문회에서 평화협정 제안을 일축했다”며 “북한으로서는 ‘혹시나’ 했던 기대가 ‘역시나’로 끝났기 때문에 머지않아 대미 비난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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