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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살인사건' 2차 공판, 공소시효 등 법리 대립 '첨예'
"흉기소지→살인→흉기인멸" 한 행위로 볼 지 여부도 쟁점
2015-10-22 19:02:35 2015-10-22 19:02:35
'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의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촉발된 공소시효 도과와 일사부재리 원칙 문제를 두고 검찰과 피고인측이 첨예한 법리공방을 이어갔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심규홍) 심리로 열린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한 이날 재판에서 패터슨측 변호인은 이 사건이 16년 만에 재점화하게 된 배경이 '검찰의 기소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첫 진범으로 지목된 에드워드 건 리가 무죄 선고를 받자 검찰이 "범인은 둘중 한 명"이라는 식으로 패터슨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지적이다.
 
변호인은 "패터슨은 미국에서 개명도 하지 않고 거주지를 옮길 때마다 주소지를 정확하게 신고했다"며 "도주한 것이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공소시효가 만료하기 전 검찰이 기소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소하려면 재판이 이뤄질 수 있는 상태에서 기소를 해야 한다"며 "이를 확보하고 기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공소시효 제도의 기본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패터슨이 한국에서 재판받을 수 있게 된 시점은 불과 2~3주 전"이라며 "이 시점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변호인의 공소시효 관련 주장은 형사소송법과 검찰 실무에 반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 취지상 피의자가 소지불명인 경우에도 공소제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처리에 관한 대검찰청 내규 지침'에 따라서도 증거가 충분히 갖춰진 것으로 판단되는 사건은 소환이 불가능하더라도 공소시효 완성 전까지 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이 살인죄의 공소시효인 15년 내 기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피고인이 한국에 소환된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시효 기간이 도과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공소시효 도과 여부는 기소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정리했다.
 
다만 "검찰의 기소권이 남용 됐는지, 또 피고인을 조사 없이 기소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와 피고인이 미국으로 출국할 때 도주 목적이 있었는지는 따로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일사부재리 원칙 관련 다툼도 거셌다.
 
검찰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될지 여부는 양 범죄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인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하나(과거 패터슨이 복역한 혐의는)는 흉기소지 및 증거인멸이고, 이 사건 공소사실은 살인으로 사실관계가 서로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검찰측 주장이 통역돼 패터슨에 전달되자 패터슨은 "그렇다면 제가 처음받은 재판에서는 다른 사건으로 벌을 받은 것인가"라고 물었고, 재판부는 "죄명과 범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호인은 "패터슨은 범행자가 아니기 때문에 진상(규명)에 초점을 두되, 법 체계상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라면서 "일사부재리는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가 법리 다툼을 정리해가자 패터슨은 "자신의 변호인이 충분히 진술했느냐"고도 물었다.
 
재판부가 의견 소명할 기회를 주자 패터슨은 "왜 이 사건이 종전 사건과 다르다고 하는지 전혀 이해가 안 간다"며 "저와 에드워드 건 리는 재판을 받았고, 그 당시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도 받고, 현장검문도 했는데 왜 사건이 동일하지 않다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심리를 해야 겠지만, 미국법과 한국법이 다르다"고 설명한 뒤, "한 개 사실에 대해 (2번) 재판할 수 없는 건 한국과 미국이 마찬가지지만, 한 개 사실의 범위를 어떻게 볼 지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흉기를 소지한 행위와 사람을 죽인 행위, 칼을 은닉한 행위를 따로 볼 수 있을지, 하나의 일련의 행위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이라며 판단을 추후 기일로 넘겼다.
 
'이태원 햄버거집 살인사건' 진범으로 지목된 아더 존 패터슨이 미국으로 도주한 지 16년 만에 지난달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됐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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