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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너무 혹사시킨 것 같다"…고위 감사위원 비극 부른 '업무 우울증'
법원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우울증 악화…업무상 재해"
2015-10-18 09:00:00 2015-10-18 14:49:31
차관급으로 승승장구했지만 과도한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감사원 공무원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홍모씨는 1980년 행정고시(24회)에 합격한 뒤 총무처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하다가 1985년 감사원으로 전입해 기획관리실장과 제2사무차장 등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7월부터는 감사원 실무를 총괄·지휘하는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업무 부담을 크게 느끼는 일이 잦아졌다.
 
그가 사무총장에 임명됐던 때는 감사원에 대한 '저축은행비리 의혹' 국정조사 진행이 한창이었다. 그해 7월에는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감사원 쇄신대책'을 발표하면서 내부 반발에 부딪치기도 했다. 9월에는 당시 정권의 주요 인사가 연루된 '카메룬 다이아몬드 사건'의 감사 지휘를 맡았고 이듬해 10월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감사원의 부실감사 의혹을 동분서주하며 해명했다.
 
2012년 11월 감사위원 일을 시작한 그는 다른 감사위원과 감사원장이 연이어 사퇴하는 바람에 전보다 1.5배 늘어난 감사 안건 수를 담당해야 했다. 또 모든 안건을 사전 검토하는 식으로 감사위원회 운영 방식이 강화되면서 업무 부담도 커졌다. 급기야 회의가 열리는 날 아침에는 진정제를 먹어야 견딜 수 있는 등 불안 증세를 겪었다. 비서에게 "도통 잠을 잘 수 없다. 사무총장 시절에 몸을 너무 혹사시킨 것 같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병원은 그에게 우울증과 불면증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우울증 치료를 받기 위해 병가를 냈다. 담당 정신과 의사에게 "5월초까지 복귀해야 하고 못하면 퇴직해야 해 스트레스다. 부부동반 만찬행사가 있는데 꼭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아내에게도 회사 복귀와 만찬 참석 의지를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찬 예정일인 4월10일, 참석 대신 아내와 집 인근을 거닐던 그는 프린트 토너를 같이 사러가자는 아내의 말을 거절하고 홀로 귀가해 오후 5시경 아파트에서 투신했다.
 
유족은 공무상 재해를 주장하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등을 청구했으나 '사회평균인의 입장에서 볼 때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다"며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사무총장과 감사위원으로 근무했던 홍씨가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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