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오바마 대북 강경 메시지, ‘한·미·일 동맹’ 명분 쌓기
박 대통령, ‘중국경사론’ 불식시키려 미국 최고 요구사항에 화답
북한 반응 비교적 차분…한·미 행동 보며 대응할 듯
2015-10-18 10:27:16 2015-10-18 13:51:26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미사일·인권 등에 대한 강경 방침을 쏟아냈다. 북한이 최근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도발카드를 일단 내려놓았음에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이 거기에 화답하기는커녕 ‘북한 때리기’식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의외였다. 한국이 중국 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는 소위 ‘중국경사론’을 불식시키고자 했던 박 대통령과,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을 원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이 결합되어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두 정상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2015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에 담긴 문구들이나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두 정상의 발언 중에 새로운 것은 없었다. 박 대통령이 평소 북한에 관해 해왔던 말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한 것뿐이다. 그러나 “확고한 억지태세”, “(핵실험을 하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 “(인권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규탄에 동참한다” 등 북한이 거부감을 표해온 표현만을 모아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대북 압박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한·미 정상이 북한이란 단일 주제로 공동성명을 발표한 것은 사상 처음이란 점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런 성명이 나온 배경에는 우선 한국이 미국이 아닌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미국 측의 의구심이 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 미국 기자는 박 대통령에게 “최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중국·러시아 정상들과 나란히 서있는 것으로 미국에 보내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라고 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방미를 통해 이 중국경사론의 뿌리를 뽑고자 했다. 미국이 한국에 가장 크게 바라는 것을 들어주는 방법을 통해서다. 바로 중국 경제를 목표로 하는 한·미·일 3각 동맹 구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박 대통령이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이 원하는 바를 분명히 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 그는 “박 대통령에게 (내가) 유일하게 요청한 것은, 우리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중국이 그런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관계를 보며 여러 가지 역사적 문제를 해결하고 모든 동북아 국가들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바란다고도 말했다. 한일관계를 빨리 개선하라는 요구다. 앞서 지난 14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정상회담 사전브리핑에서 “한국은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가장 중심적인 국가”라며 이 문제가 정상회담의 최대 의제라고 밝혔다. 아시아 재균형 정책은 중국 견제론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왜 한·미·일 3각 동맹의 구축이 그리 중요하고 시급한가’하는 명분인데, 그 명분을 충족시키기 위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북한’ 혹은 ‘주민들의 인권을 짓밟는 북한’이 다시 한 번 호출된 것이다. 설령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에 반발해 ‘전략적 도발’에 나서더라도 어느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속내도 읽혀졌다. 북한의 도발적 행위는 3각 동맹 구축의 명분을 오히려 강화시켜 준다. 한편으로는, 북중관계가 회복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중국을 생각해서라도 북한이 함부로 핵·미사일 카드를 꺼낼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나온 것이 ‘북한에 관한 공동성명’이라는 강경 메시지이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3각 동맹 구축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몇 가지를 약속했다. 우선 미국이 강력히 원해온 한·일 정상회담을 조만간 개최할 수 있다고 15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직접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 대한 경제적인 ‘포위’를 목적으로 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한국도 동참하고 싶다는 뜻을 강하게 피력했다. 반면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기술 이전 문제에 대해서서는 미국의 ‘이전 불가’ 방침을 사실상 받아들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직접 무엇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중국경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에 너무 많은 것을 내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관심을 모은 북한의 첫 반응은 예상 외로 차분했다. 북한 외무성은 두 정상의 공동기자회견이 끝난 후 20시간이 지난 17일 밤 발표한 성명에서 한·미 정상회담 자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외무성은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당면한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 군비 경쟁도 종식시킬 수 있고 평화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핵이 그토록 걱정된다면 근본적인 해결을 보자는 대미 설득조의 제안이었다. 외무성은 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먼저 용단을 내려야 할 문제이며, 조·미 사이에 우선 원칙적 합의를 보아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북·미 양자회담을 원한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이처럼 즉각적인 반발 대신 숨고르기를 하면서 한·미 정상들이 밝힌 강경한 입장이 실제 행동으로 옮겨지는지를 봐가면서 향후 대응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남북관계에서는 8·25 고위급 합의의 이행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전(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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