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에 공산당 서열 5위인 류윈산 정치국 상무위원을 보내며 북중관계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후, 양국관계 개선의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움직임을 일단 멈춘데 대한 대가로 중국의 정치외교적·경제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제교류 분야가 우선 꿈틀대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끈 행사는 지난 15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궈먼항 광장에서 열린 ‘조·중 호시(互市)무역구’ 개장식이었다. 호시무역은 변경 지역 주민들에게 허용된 관세없는 국경무역을 뜻하는 말이다. 궈먼항은 예로부터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한국·중국 변경민들이 호시를 벌인 현장이지만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중단됐다. 그러다가 지역경제 진흥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당국의 방침에 따라 100여년 만에 부활한 것이다. 단둥 호시무역구는 북·중 국경 20㎞ 안에 거주하는 양국 주민들에게 상품교환 활동을 허용하고 하루 8000위안(약148만원) 이하 상품에 대해 수입관세와 과징금을 면제한다.
이날 개장식은 류윈산 상무위원의 방북이 결정되기 이전에 계획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근까지 냉랭했던 북중관계를 반영하듯 무역구에 입주한 북한 기업들은 현재는 없다. 하지만 류 상무위원의 방북 이후 관계 개선이 본격화되고 북한이 적극 나선다면 양국 경제협력의 상징이자 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기업들은 내년 4월 송이, 인삼 등 농산물과 해산물을 취급하는 업체를 중심으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때까지 북한 주민들의 출입경 등 관련 절차를 처리하는 기관도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는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최하는 유일한 종합박람회인 ‘중·조 경제무역문화관광박람회’도 시작됐다. 4회째를 맞은 이 박람회는 올해 처음으로 양국 정부의 승인을 받은 국가급 행사로 격상됐다. 이에 북한은 무역성, 외무성, 국제전람사 등에 소속된 400여명 대표단과 100개 무역업체를 파견했다. 중국도 국가국제무역촉진위원회, 상무부, 외교부 등 중앙 부처가 랴오닝성 정부와 공동으로 박람회를 주관했다.
중국은 경제성장 둔화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방안 중 하나로 동북 지역의 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 개발을 꼽고 있다.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동북 3성과 인접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정부가 이번 박람회에 공을 들인 배경이다. 특히 박람회장에 마련된 ‘황금평 경제특구’ 홍보부스가 관심을 모았다. 북한 신의주 인근의 압록강에 있는 모래섬인 황금평에 개성공단과 유사한 경제특구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사실상 중단됐지만 중국은 이번 홍보부스 설치를 통해 여전히 의지를 가지고 있음을 내비쳤다.
중국 당국이 중국 국민들의 대북 여론을 관리하고 나선 것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징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2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열병식을 조롱하는 말과 비우호적 표현들을 거론, "한국, 미국, 일본 등 조선을 가장 적대시하는 국가들과 비교해서도 거슬린다"면서 “(북한에 대한) 중국 인민 전체의 감정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또 “우리는 북한의 정치적 선택들을 존중해야 한다”며 “북한에 관해 우리가 좋아하지 않는 것들도 있겠지만 대국은 변경의 다양성을 인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외신들은 중국인들이 김정은 제1비서를 조롱하는 ‘뚱보’ 등의 용어가 최근 중국의 인터넷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조치 역시 중국 정부가 북한에 보내는 화해의 신호로 해석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서 중국 공산당 정치국의 류윈산(왼쪽 끝) 상무위원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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