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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비시장, 체감경기 어둡다
실질임금 정체·저임금 일자리 증가·2차 소비세 인상, 소비 막는 3대 악재
2015-10-12 14:37:34 2015-10-12 14:37:34
일본의 소비경기가 여전히 체감 한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이 정체된 가운데 2차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가계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일본의 소매기업들이 부진한 소비지출에 우려를 표하며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을 운영중인 세븐앤아이는 지난 8일 올 연간 순익 전망을 3670억엔으로 1.6% 하향 조정했다. 매출액 전망치는 6조1500억엔으로 3.9%나 내렸다.
 
대표적인 소비재인 의류업에는 이미 실적 악몽이 시작됐다. 온워드홀딩스는 지난달까지 6개월간 영업이익으로 2억엔을 벌었다. 24억엔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했던 기대치와 비교하면 10%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유니클로는 8,9월 동일점포 판매가 2.5~2.6% 증가하긴 했지만 앞서 6,7월에는 판매실적 감소를 겪어야 했다.
 
일본의 체감 소비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며 소매업체들이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사진은 도쿄 시내 유니클로 모습. (사진=로이터통신)
 
이같은 기업 실적은 경제 지표와는 딴판이다. 소비 경기의 주요 지표인 가계지출은 지난 8월 전년동기대비 2.9% 증가하며 석달만에 다시 증가세를 보였다. 작년 4월 일본의 소비세 인상 이후 줄곧 하락하던 가계지출은 5월과 8월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지표와 체감경기 사이에서 괴리가 나타나는 원인으로 정체된 실질 임금을 지적했다. 실질 임금 상승률이 식품가격 상승률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느리게 움직이면서 가계가 다른 부분의 소비를 졸라매고 있다는 것이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지난 7월 전년동월대비 0.5% 증가하며 27개월만에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상승폭은 8월에 다시 0.2%로 감소했다. 일시적인 소비 증가 효과를 끌어올 수 있는 여름철 보너스도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시장의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파트타임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37.4%를 차지했다. 역대 최대치로 저임금 근로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정규직 근로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차 소비세 인상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린데 이어 2017년 10%로 추가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마사키 요시자와 온워드홀딩스 이사는 "2차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소비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져 특히 여성들이 의류 소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일본의 소비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리토시 마루타 세븐앤아이홀딩스 대표는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 부분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미약한 소비지출이 2015 회계연도 하반기(2015년 9월~2016년 3월)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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