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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렌딧 "양분된 대출시장, 틈 메우는 대체금융 되겠다"
창업자 김성준 대표, 김유구·박성용 이사 공동인터뷰
"IT·빅데이터·금융전문가가 모인 최적의 P2P업체 자부"
"불합리한 대출시장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
2015-10-12 12:00:00 2015-10-12 17:08:59
"한국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은행에서 받는 5%, 아니면 20%로 나뉩니다. 중간은 없습니다. 렌딧은 그 괴리를 메울 수 있는 금융모델을 제공할 것이고 이를 통해 대출시장의 질을 개선할 것입니다.”
  
지난 5월 공식 론칭한 P2P대출업체 '렌딧'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렌딧은 설립초기 단계에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쿠팡과 배달의 민족을 투자한 곳이다.
 
성장세도 가파르다. 대출금액 기준으로 현재 25억원 대출이 집행됐고, 월별 성장률은 200%를 웃돌고 있다. 지난 7월 내놓은 1호 투자상품은 홍보도 없이 이틀만에 조기마감됐으며 2호 투자상품 역시 출시 5일만에 6억원이 마감됐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점진적이 아닌 계단식 상승이어야 한다는 공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차별화된 기술과 금융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렌딧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준 대표(CEO)는 NHN과 인텔에 인수된 올라웍스 창업 멤버이자 스타일세이즈 창업자 출신이다. 김유구 비즈니스 부문 이사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스탠더드앤푸어스 출신, 박성용 데이터 부문 이사는 스탠포드대학 출신 빅데이터 전문가로 삼성화재에서 위험률 예측이나 분석 등을 맡기도 했다. 빅테이터를 기반으로한 핀테크 다운 P2P금융이 탄생한 것이다.
 
왼쪽부터 김성준 렌딧 대표, 김유구, 박성용 렌딧 이사
 
은행처럼 빌리고 펀드처럼 투자하는 합리적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렌딧의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각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인데 이런 배경을 버리고 스타트업으로 시작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고민은 없었나
 
박성용 이사 : 처음 김성준 대표가 P2P 대출 사업 이야기를 했을 때에는 처음 들어보는 모델이라 낯설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업을 이어온 기존 금융사에서 무언가 혁신을 만들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큰 고민없이 창업에 동참하게 됐다. 
김유구 이사 : 스탠포드대학교 동기 사이인 김성준 대표와 박성용 이사가 의기투합해서 창업 결심을 했고 같은 회사에 있던 나에게 박성용 이사가 제의를 하면서 동참하게 됐다. 이전부터 해왔던 일이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큰 일을 시작하고 느끼는 뿌듯함의 유효기간은 한 달인 것 같다. 하지만 나의 일을 한다는 보람은 분명 있다. 하루하루가 꽉 찬 느낌이다. 
김성준 대표 : 창업 체질인 것 같다.(웃음) 앞에 문제가 보이는데 아직 이것을 해결하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생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1에서 n으로’ 늘리는 것은 돈의 힘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0에서 1’은 자본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니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명감과 기술 혁신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또 이를 실행해야하는 이들이 우리 같은 창업자다. 렌딧도 한국에서 대출을 신청하다 나온 아이템이었다.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한 것이 '대출금리 양극화'를 말하는 건가.
 
김 대표: 한국 대출시장의 문제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대출금리가 양극화되어 있다는 것인데, 미국에서 돌아와 대출을 받으려고 했더니 신용등급을 산정할 만한 기초자료가 없어서 은행에서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이게 뭔가 싶었다. 은행에서 거부당한 뒤 마땅한 곳이 없었다. 저축은행이나 카드론에서는 금리가 20% 후반으로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었다. 10%대가 뚫린 것이다. 미국에서는 P2P 대출업계 1위 기업인 랜딩클럽에 신청해봤더니 온라인 신청만으로 7%대 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다. 미국은 되는데 우리는 왜 안되는 걸까 고민하다보니 창업아이템이란 생각이 들었고 이게 렌딧의 시작이었다. 
 
-최근 핀테크 특히, P2P 대출업체들이 생기고 관심도 커지고 있다. 렌딧이 그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김 대표 : 우리가 이길 것으로 보는 이유는 단순히 금융전문지식이 있거나 심사모델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뛰어난 인력이다. 현재 렌딧의 구성원은 조합으로 볼때 IT, 기술, 금융및 신용분석 등 P2P서비스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만일 한쪽이 기울어진 상태에서 시작했다면 편향되어서 성장 속도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이 역시 내가 두 번의 창업을 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이다. 마치 1조짜리 협상을 하려면 어떤 스킬셋(특정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자원과 인력을 총칭)이 필요하겠다는 '감'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조합이 렌딧의 가장 큰 경쟁력이며 금융시장에서 기존의 불합리한 대출을 대체할 수 있다고 보는 근거다. 물론 경쟁업체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이 사업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인력이 필요하고 전문성이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 진행하는 게 맞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돌아가자면 현재 P2P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 그들과 비교해보고도 다시 창업을 한다면 여전히 답은 동일하다. 지금의 팀 그대로 렌딧을 만들 것이다. 
 
박 이사 : 금융회사들이 왜 중금리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았느냐를 두고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존 방식의 인력배치도 영향이 있었을 것 같다. 금융과 IT를 동시에 통합하는 스킬셋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은행은 금융주도로 결정을 하고 IT는 이를 보조로 뒷받침하는 역할만 해왔다. 또 IT 쪽에서는 데이터를 분석하더라도 금융 쪽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아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 즉, 양쪽 분야에서 모두 시너지가 나기 쉽지 않은 구조였을 것이다. 
 
-렌딧에 대출을 받거나 투자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과정이 궁금하다. 
 
김 이사 : 현재 업계내 8퍼센트, 어니스트펀드, 빌리 등 P2P 대출 스타트업들이 경쟁하고 있다. 렌딧은 개인 신용 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업체는 대출 신청이 들어오면 심사 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투자자들이 입금해서 금액이 모이면 대출이 나가는 형태지만, 렌딧은 대출을 자사 자금으로 집행한 뒤, 집행된 대출을 모아 포트폴리오로 구성한 후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일반 P2P 대출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결하기 때문에 대출자가 기다려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지만 우리는 이미 자금을 확보한 뒤 바로 대출을 하므로 투자자가 결정을 하는 것과 관계없이 바로 필요한 돈이 입금되는 방식인 셈이다. 
 
현재까지 대출금액 기준으로 27억여원이 집행됐다. 월별 대출승인금액 기준으로 보면 매월 200% 이상 신장하고 있다.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렌딧만의 차별화된 기술과 금융이 합리적인 금리 수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렌딧은 P2P 금융이지만 일반적인 P2P(개인 대 개인)와는 차이가 있다. 투자자 한사람이 대출 1건에 대해 나타날 부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신용도가 다른 대출 건수를 분산시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한다. 투자자는 위험도가 분산된 대출 상품에 금리와 기간을 따져 투자하기만 하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렌딧은 대출 고객에 대한 신용 상태를 평가기관의 자료를 활용하는 한편, 소셜 데이터나 금융 거래 패턴, 트렌드까지 자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심사 항목으로 더했다.
 
-핀테크와 P2P금융이 규제 때문에 제한이 많다고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박 이사 : 핀테크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여타 국가들보다 많이 뒤떨어져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전체적인 부분을 부정적으로 보기보다 하나하나 개선된 방향으로 고쳐나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작은 변화는 정부나 금융당국이 위험부담을 감수하지 않아도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작은 변화만으로 고객 경험이 월등하게 좋아질 수 있다. 작은 것들이 하나씩 변화하다 보면 전체적으로 개선이 될 거라 본다. 핀테크 선진국이라는 영국이나 미국도 이런 규제가 빨리 풀린 것은 아니었다. 렌딩클럽도 출시 1년이 되던 시점에 6개월간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회사와 정부와 언론이 한 단계씩 개선점을 찾아 풀다가 현재까지 온 것이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렌딧을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나. 
 
김 대표 : 현재 시스템에서는 신용등급 5등급인 사람이 1등급으로 올라가기 더 어렵다. 대출할 때 그만큼 이자를 더 내야 하는 거다. 5%와 20%로 구분되는 현재 대출구조는 현실과 괴리감이 있다. 계단이 아닌 곡선으로 그 사이를 연결해주는 대체 금융이 되려 한다. 물론 우리가 기존 대출시장을 다 없애버릴 수는 없을 거다. 다만 렌딧과 같은 효율적인 대체금융이 있다면 대출시장에서 불합리한 부분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회사와 서비스를 만들겠다.
 
렌딧은 설립초기 단계에 실리콘밸리 투자회사 알토스벤처스로부터 1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주목을 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쿠팡과 배달의 민족을 투자한 곳이다. 사진/렌딧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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