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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평준화 속에 가전·IT 기기들 닮아간다
2015-10-06 12:00:00 2015-10-06 12:00:00
닮은꼴 가전·IT 제품의 향연이다. 기술 혁신 속도 둔화로 수익이 부침을 겪는 사이 상대의 장점을 도입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 일반화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비슷한 디자인과 유사한 기능의 가전·IT 제품의 등장이 잇따르고 있다. 기술 선도업체들은 우리 제품이 인기를 끄니 다른 업체가 따라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특정 제품을 통해 자사의 기술을 응용하는 '벤치마킹'의 일종이라는 의견도 있다. 선두업체의 제품이 업계 표준으로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 특정 형태와 기능이 한 방향으로 수렴되는 것이란 설명이다.
 
대표적 제품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선두업체가 고유 디자인과 기능으로 인기를 끌면 비슷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는 등 제품 트렌드가 단일화되고 있다. 터치스크린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도 이같은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지난 1일 세컨스크린을 탑재한 프리미엄 스마트폰 V10을 공개했다. 세컨스크린은 메인화면 우측상단에 작은 직사각형 디스플레이가 올려진 듯한 형태로 간단한 전화, 문자 메시지, 주요 애플리케이션의 알림 등을 표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메인 화면이 꺼져 있어도 날씨, 시간, 요일, 배터리 잔량을 비롯한 기본 정보 등의 알림정보를 보여준다.
 
자주 쓰는 앱과 사용자가 설정한 주요 연락처 등을 설정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005930)의 엣지 스크린과 기본적 기능이 유사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4 엣지부터 이 스크린을 채용하기 시작했다. 차이는 엣지스크린이 측면에 위치한 세로 형태의 커브드 디스플레이며, 세컨스크린은 전면에 가로 스타일로 위치한 점이다. 
 
LG전자 V10의 세컨스크린과 삼성전자 갤럭시S6 엣지+의 엣지 스크린. 사진/ LG전자, 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시리즈 'S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기기 전용 터치펜인 S펜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통해 개척해온 시장이다. 하지만 대화면 스마트폰 시장이 커지고 태블릿도 대화면으로 이동하면서 터치펜 도입이 늘어나고 있다. 애플은 지난달 신제품 공개 프리젠테이션에서 애플 펜슬을 공개했다. 다음달 출시되는 태블릿 아이패드 프로에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액세서리다. 중국의 화웨이도 내년 전용 터치펜을 탑재해 활용성을 강조한 패블릿 스마트폰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장에서는 스마트 TV의 홈 화면, 앱 화면 등의 구성과 위치가 하단 막대 모양의 런처(메뉴바)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이는 LG전자가 지난해 웹OS를 탑재하며 쓰기 쉬운 스마트 TV를 내놓으며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타이젠을 탑재한 TV 내놓으며 직관적 사용을 위해 TV 하단에 바(Bar) 형태로 정리해 보여주는 형식을 취했다. 미국  IT 매체 디지털트렌드는 "타이젠 디자인은 LG의 웹OS 플랫폼을 떠오르게 한다"고 평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IT 제품들이 사용자 경험 등 무형의 기술과 서비스 부문에서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벤치마킹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하드웨어의 혁신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상대의 장점을 도입하려는 전략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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