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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사태 파장 확대일로, 자동차 업계 판도까지 흔들
디젤 차량에 대해 한국 포함 각국 정부 조사 착수
독일차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 현대·기아차와 일본차는 반사이익 기대
2015-09-24 14:59:33 2015-09-24 15:02:53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촉발된 디젤차 문제가 자동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전세계 디젤차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각국의 조사가 이뤄져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게다가 폭스바겐의 신뢰도 추락으로 현대·기아차와 일본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등 국내외 자동차 업계 판도가 흔들릴 조짐이다.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폭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사퇴했다. 글로벌 시장 1,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이 미국 시장 판매 증대를 위해 디젤 차량 배기가스를 조작한 책임을 진 것이다.
 
하지만 빈터코른 CEO의 퇴장은 사태 수습의 시발점에 불과하다. 이미 폭스바겐이 전세계에서 판매된 1100만대의 디젤 차량이 허위로 배기가스 테스트를 통과했을 가능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또 폭스바겐 외 다른 브랜드의 디젤 차량도 함께 의심을 받고 있어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조차 어렵다.
 
폭스바겐그룹 이사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AP 뉴시스
 
◇한국·독일 등 각국 정부, 디젤 차량 전반 재검증
 
우리 정부도 해당 차량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했다. 환경부는 문제가 된 폭스바겐그룹의 골프와 제타, 아우디 A3 등 3개 차종의 배기가스를 검증할 계획이다. 이들 차량은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총 6387대가 판매됐다. 환경부는 미국 이외에서도 폭스바겐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재조사를 결정했다. 국토교통부는 아우디 A3와 A7에 대한 연비 조사를 다시 실시키로 했다.
 
국내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폭스바겐을 포함한 디젤 차량 전반에 대한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폭스바겐을 제외한 다른 업체의 디젤차도 미국의 배기가스 규제를 피하기 위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독일 정부는 이미 광범위한 조사를 지시했다. 지난 21일 독일 정부는 폭스바겐의 모든 디젤 차량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밖에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위스, 스페인, 캐나다 등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수사 방침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흔들리는 독일 '클린 디젤'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친환경 고연비'를 달성한 '클린 디젤'을 마케팅의 핵심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번 조작 사태가 불거지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신뢰에 금이 갔다.
 
디젤차는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점차 판매가 감소되는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는 '열풍'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24일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승용차 시장에서 디젤차의 비중은 2011년 56.1%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2년부터 점차 감소해 지난해에는 53.6%를 기록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상반기 디젤차 점유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는 등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점유율 20%를 노리며 승승장구 중인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판매 비중이 높은 것은 디젤차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판매된 수입차 중 디젤차가 69%에 달한다.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는 폭스바겐의 디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으로 지난달까지 6069대가 팔렸다. 2위는 폭스바겐 골프 디젤 모델(4728대)이다. 가솔린 차량보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고연비에 매료돼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는 클린 디젤로 대표된 독일차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는 빈말이 아니다.
 
한 자동차 전문가는 "친환경과 연비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정말 어렵다"면서 "둘 중 한쪽을 강조하면 다른쪽은 떨어질 수밖에 없어 폭스바겐이 연비를 부각시키기 위해 친환경을 속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 배기가스 눈속임 사태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진/ 뉴시스
 
◇현대·기아차와 일본차, 반사이익 기대
 
국내에서도 이번 사태가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과 경쟁하던 현대·기아차와 일본 토요타, 혼다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지속되던 수입차 성장세가 한 풀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디젤보다 가솔린 차량 판매 비중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폭스바겐 사태는 디젤 모델이 주력인 유럽 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현대·기아차의 디젤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유럽과 국내에서 반사이익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다음달 미국 시장에 신형 K5를 출시한다. 경쟁 모델인 폭스바겐 파사트가 이번 사태로 판매 중지 처분을 받으며 기아차로서는 판매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업체들도 향후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한 일본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에서 일본 업체들은 독일산 자동차에 밀려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하지만 기술력에서 앞서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신차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고, 특히 미국시장에는 인기 있는 SUV 모델 투입을 준비 중이다. 현 상황을 잘 분석해 향후 전략 수립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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