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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커피는 가라" 실속형 전문점 급증
저렴한 가격·큰 용량 강점…기존업체도 저가 브랜드 잇단 론칭
2015-09-23 18:56:54 2015-09-23 18:56:54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은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장인들이 집중적으로 몰린다. 가게 주변에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점포들이 포진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이 가게의 가장 큰 특징은 '빅사이즈' 커피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가격 경쟁력이다. 인근 직장에 근무하고 있는 고동완씨(인천 부평구·31)는 "예전에는 대형 커피전문점을 주로 이용했는데 하루에 커피 한잔씩을 마시다 보니 가격 부담이 상당했다"며 "지금은 테이크아웃 중심의 저가 프랜차이즈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가의 커피전문점에 지친 소비자들이 저가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매일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비싼 가격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저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탓이다.
 
개인 점포들이 대형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위해 저렴한 가격으로 생존활로를 모색하자 가격을 낮춘 신규 프랜차이즈들이 연이어 등장하며 급속한 성장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더본코리아의 '빽다방'은 작년 말 30개 지점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전국에 약 25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3분기 만에 220여개의 매장이 순증한 셈이다.
 
저가 커피의 대명사 '이디야커피' 역시 지난해 말 1250개의 실제 운영 매장수에서 지난달 말 기준 1444개까지 순증했다. 지난해 350개 매장이 늘어난 것에 이어 올해 폐점 매장을 제외한 순수 운영 매장만 200여개가 늘어난 것이다.
 
이들 브랜드의 특징은 저렴한 가격이다. 이디야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2800원, 빽다방은 이보다 더 낮은 1500~2000원 가량이다. 스타벅스, 커피빈, 할리스, 카페베네, 엔제리너스 등 국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브랜드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4100~450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이다.
 
더본코리아 관계자는 "유통과정에서 인테리어 등 간접비용을 최소화해 단가를 낮춘 것이 성공 요인"이라며 "매출액을 정산해 정률 로열티를 받는 일반 커피전문점들에 비해 낮은 수준의 정액 로열티를 받아 점주들 입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에 기존 커피전문점들 또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며 저가와 고가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할리스에프앤비는 기존 할리스커피에 이어 '디초콜릿커피앤드'를 지난 5월 론칭했다. 이 매장에서는 아메리카노를 2900원에 판매하며 수제 초콜릿을 추가해 경쟁사와의 차별성도 강조했다. 카페베네의 경우 지난 6월 베이글을 강화한 '카페베네 126 베이글' 매장을 열었다. 126베이글의 핸드드립 커피는 2900원으로 기존 카페베네 아메리카노(4100원)보다 25% 가량 싸다.
 
업계 관계자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일반 커피 프랜차이즈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 이들 업체의 성장 원인"이라며 "커피가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으면서 향후 기존 커피전문점들의 상품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고가의 커피전문점에 지친 소비자들이 저가 커피로 이동하고 있다. 매일 커피를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비싼 가격에 부담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저가 브랜드를 선호하는 탓이다. 23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에 고객들이 커피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 (사진=이철 기자)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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