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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이통사 네트워크 공유로 경제성 높인다
중복 투자비용 절감 효과…'수동적 공유' 한국, 초보단계
2015-09-23 11:00:00 2015-09-23 11:00:00
수조원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이동통신 네트워크 설비를 사업자들끼리 공유해서 쓴다면 어떨까. 원가 및 투자 비용 절감에 따라 소매 요금의 추가 인하 여지가 생길 것이다. 다만 신규 설비에 대한 투자 유인 감소 등의 단점도 잠재돼 있어 국내외 이동통신망사업자(이하 MNO)들은 대체로 가장 하위 단계의 수동적 공유 형태로 네트워크를 공유하고 있다.
 
MNO의 네트워크 설비, 커버리지, 트래픽 수용 능력 등은 설비 기반 경쟁이 벌어지는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서비스의 품질을 차별화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네트워크 커버리지를 확장하거나 신규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한 경우처럼 특수한 상황에서는 MNO 간의 네트워크 공유가 중복 투자 비용을 줄여줄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김대건 통신전파연구실 전문연구원은 ‘네트워크 공유(Network Sharing)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동통신서비스는 제한된 주파수 대역폭과 막대한 설비 투자 비용 등으로 시장 진·출입이 어려워 시장 고착화 우려가 존재한다”며 “반면 경쟁 과열 시에는 과도한 설비 투자 비용이 사후적으로 집행돼 경제적 손실 우려가 있는데, 이렇게 상충되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네트워크 공유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공유는 대부분 사업자 간 자발적으로 이뤄지지만 특정 사안에 대해선 규제기관이 이를 의무화할 수 있다. 예컨대 네트워크 구축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나 구축비 대비 수익성이 낮은 지역, 혹은 신규 사업자의 원활한 시장 안착이 필요한 상황 등이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전파법 제48조(무선설비의 효율적 이용) 1항에 의거해 네트워크 공유를 원하는 시설자는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이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7월 4G LTE 상용 서비스를 앞두고 LG유플러스 네트워크 담당 직원들이 LTE 기지국을 점검 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네트워크 공유는 기본적으로 MNO가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경쟁 관계인 MNO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공유 방식은 설비 수준에 따라 ▲수동적 공유 ▲능동적 공유 ▲코어망 공유 ▲로밍 등으로 구분된다.
 
‘수동적 공유’는 부지, 기지국, 안테나, 철탑 등의 기반시설만을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기지국 난립으로 인한 도시미관 및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할 수 있고, 건물과 전원설비 등을 공동 사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소매가격 인하 측면에서 권장되고 있다. 단 송·수신 장비와 전파 설비 등을 별도 구축해야 해 신규 사업자가 참여하기는 어렵다.
 
능동적 공유에 해당하는 ‘무선접속망 공유’는 무선접속설비와 같은 네트워크 접속망까지 공유하는 방식이다. 코어망 접속지점 직전까지 네트워크를 공유하므로 사업자는 핵심 네트워크 장비와 게이트웨이를 따로 보유해야 한다. 이 방식에서는 사업자의 전략적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고, 의존도 심화로 망 고도화 및 신규 서비스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핵심 네트워크 설비를 공유하는 ‘코어망 공유’는 통상 MNO 간에는 일어나지 않는다. 에릭슨, 알카텔루슨트, 화웨이와 같은 기업들이 코어망을 소유해 아웃소싱 형태로 MNO들과 공유 계약을 맺거나, MNO와 MVNO(알뜰폰)의 중간 역할을 하는 MVNE(Mobile Virtual Network Enabler) 사업자가 MNO의 코어망을 빌려 MVNO에게 도매제공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로밍’은 다른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중복 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지역 간 로밍(국내·국외)과 기술방식 간 로밍(2G·3G·4G)으로 나뉘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선 가입자 선택권을 보장하고자 신규 사업자 진입 시 기존 사업자들에게 로밍제공 의무를 부과했다. 미래부도 지난 6월 제4이통 사업자 허가 기본계획안을 발표하며 5년 간 한시적으로 기존 사업자로부터 로밍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수동적 공유가 가장 활발하며 그 다음으로 지역 SO와 MNO가 체결한 로밍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각 지역에 위치한 SO들은 미국 전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전국망 사업자인 MNO와 로밍 계약을 맺으며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MNO들이 원가 절감, 신규기술의 빠른 출시, 신규 디바이스에 원활하게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을 위해 네트워크 망을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다. 특히 2009년 벨(Bell Canada)과 텔러스(Telus)는 공동으로 전국망을 구축해 경쟁사인 로저스(Rogers)의 경쟁우위를 상당부분 제거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프랑스의 대형 통신사인 SFR과 부이그텔레콤(Bouygues Telecom)은 2014년 1월 네트워크 공유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두 사업자는 인구의 57%를 커버하는 1만1500개 이동망 철탑을 운영할 계획이며, 외곽지역의 부지와 안테나 등을 공유해 2017~2018년 동안 약 4억1000만달러를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KISDI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 이후 기지국 공용화와 같은 수동적 공유 형태의 네트워크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기지국 공용화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지만 공사 비용과 부지 임대 비용이 각각 네트워크 투자비와 운영비의 20%, 30%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적잖은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캐나다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전체 면적이 상대적으로 작고, 국내 MNO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네트워크 기술을 보유하고 전국망을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어 대규모의 네트워크 공유는 일어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김대건 연구원은 “네트워크 공유는 비용 절감 등의 장점이 있지만 투자 유인 감소 등의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며 “로밍을 비롯한 코어망 공유는 다른 방식의 네트워크 공유보다 시장 특성 및 경쟁 상황 등을 분석해 신중하게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투자 유인 감소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로밍 계약 시 커버리지 확장과 네트워크 투자 등의 의무가 주어질 필요가 있으며,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시나 음영지역과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만 허용하는 것이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김 연구원은 “규제기관은 네트워크 공유에 참여한 사업자들이 담합해 가격을 올릴 여지, 서비스 품질 저하 우려, 고객 선택권 감소, 혁신을 위한 사업자 노력 감소 등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특히 여유 용량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네트워크 공유가 일어나면 MNO들이 MVNO에게 제공하는 용량을 줄이거나 소매 수준에서 공격적인 가격을 책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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