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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일영 대법관 "상고법원, 직역이기주의로 반대해선 안돼"
"아무리 일해도 한계 넘어서…차선이라도 찾아야"
2015-09-16 12:49:54 2015-09-16 13:43:55
민일영 대법관이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하면서 상고법원안이 조속히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대법관은 16일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현재 사건 증가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대법원에 대략 4만2000건의 사건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대법관 12인이 처리하기에는 너무나도 벅찬 수치로, 가히 살인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대법관들과 재판연구관들이 아무리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일해도 이미 한계를 넘어서 사법 신뢰를 운위하는 것 자체가 사치스러울 수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며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고 국민의 권리를 적정하게 구제하기 위해서는 국회 계류 중인 상고법원만이라도 하루빨리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에서 제기하듯이 직역이기주의를 내세워 반대할 때가 아니다"며 "지금은 그렇게 한가로운 상황이 아닙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길을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 대법관은 이와 함께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일선에서 재판에 임하는 법관들이 성의를 다해 당사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를 토대로 올바른 결론을 내린 후, 어법에 맞고 알기 쉽게 작성한 판결문으로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당사자로 하여금 승복케 하는 것이 사법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또 "무릇 판관은 당사자들이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서 재판장을 처음 보았을 때 풍기는 엄숙한 분위기, 법대 앞에서 재판장을 마주하였을 때 피부로 느끼는 온화함, 논리정연한 진행 후에 내리는 합리적인 결론 등 세 가지 덕목을 갖추고 법정을 이끌어가야 한다"며 "나아가 이러한 덕목을 갖춤으로써 모름지기 ‘선배에게는 편안함을 주고, 동료에게는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는 본보기가 되는 법조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기 여주 출신의 민 대법관은 사법연수원 10기로 서울 경복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서울민사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청주지법 충주지원장,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법원도서관장, 청주지법원장을 거쳐 2009년 9월 대법관으로 취임했다.
 
대법관 재임 동안 외손녀를 친양자로 입양할 수 없다는 첫 결정을 내렸으며, 월급에 포함해 지급한 퇴직금은 무효라는 판결과 '기독교 개종' 이란인 난민 인정, 이혼시 명예퇴직금의 재산분할 인정, '안기부 X파일' 보도 유죄 확정 등을 판결했다. 최근에는 국정원법 외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상고심을 파기환송했다.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부인이다. 
 
민일영 대법관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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