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과 미사일 카드를 잇달아 꺼내들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장은 15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에게 답하는 형식으로 “핵무기들의 질량적 수준을 끊임없이 높여 핵억제력의 신뢰성을 백방으로 담보하기 위한 연구와 생산에서 연일 혁신을 창조하고 있다”며 “언제든 핵뢰성(핵무기)으로 대답할 만단의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에는 국가우주개발국장이 기자에게 답하는 형식으로 노동당 창건 70주년인 10월 10일을 전후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목되는 점은 이들이 핵·미사일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보다 추상적이고 원칙적인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개발국장은 로켓 발사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새로운 지구관측위성 개발을 마감단계에서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협상할 수 있다는 여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관련국들이 정치외교적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면 발사를 자제하는 등 생각을 바꿀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장거리 로켓 관련 발표를 미국의 아침 시간에 맞춰 내보냄으로써 자신들의 보내는 메시지의 우선 수신자는 미국임을 내비쳤다. 미국이 24일 미·중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그간의 방관적 대북정책을 버리고 자신들과 대화를 재개한다면 발사를 재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이고, 그에 반발해 북한은 4차 핵실험으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 북한 원자력연구원장의 15일 발언은 그같은 상황 전개를 예상케 한다. 그를 원치 않는다면 대화를 재개하자는 것이 북한의 첫 번째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도 북한이 보내는 메시지의 중요한 대상이다. 북한은 24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대북정책의 전환을 요구하고, 그 경우 미국이 얻을 수 있는 외교적 이익을 제시하라는 압박을 가한 측면이 있다. 또 노동당 창건 기념식에 중국의 고위급 인사를 파견해 그간 악화된 관계를 회복하고 경제적으로도 더 지원하라는 의미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남측을 향해서는 8·25 고위당국자 합의의 이행을 촉구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8·25합의의 첫머리에 약속한 당국자회담을 10월 말 이산가족 상봉 뒤로 미루지 말고 조속히 열자는 뜻이 담겨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정부는 북한의 (발사) 결정을 바라만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통일부 장관, 북한의 총정치국장과 통일전선부장이 참가하는 2+2 고위당국자 긴급 접촉을 제안해 북한의 발사 포기를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의도가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의 발표 후 열린 브리핑에서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위성 발사도 유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는 원칙적인 논평을 내놨다. 한국 외교부의 노광일 대변인도 15일 미국과 같은 입장을 밝히며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경우 안보리 차원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안보리 이사국을 포함한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변인은 다만 “현재까지 (로켓 발사와 관련한)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함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사진은 15일 오후 남측과 북측의 연락관들이 판문점에서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는 장면이다. 사진/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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