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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풀 수 있다"는 드라기, 추가 QE카드는 언제?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이후 연내 추가부양 할 듯
2015-09-07 15:19:58 2015-09-07 15:59:36
유로존에서 양적완화(QE)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실제 시행여부와 시기를 두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위험이 커진 만큼 예상보다 빠르게 양적완화 연장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에 점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당장 다음달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디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직접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유가 하락과 중국 경제 둔화 등 글로벌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디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필요하다면 자산매입 규모와 프로그램 지속 기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쇼크로 글로벌 시장이 혼란을 겪은 이후 처음 가진 정책회의에서 ECB는 유로존의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이는 드라기 총재가 유로존 성장에 대한 하방압력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유로존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1.5%에서 1.4%, 내년 성장률은 1.9%에서 1.7%로 낮췄고, 인플레이션 전망치도 올해 0.3%에서 0.1%로, 내년 전망치는 1.5%에서 1.1%로 내려 잡았다.
 
◇깊어지는 디플레이션 그림자 
 
드라기 총재가 양적완화 연장을 언급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풀이된다. 성장둔화와 인플레 증가율 축소, 그리고 중국 경제 둔화가 유로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우려 등이다.
 
이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드라기 총재가 양적 완화 연장이라는 선제적인 대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특히 유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로존 7월 인플레이션율은 전년대비 0.2%를 기록했다. 하지만 현재 경제여건을 감안하면 조만간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로존 기대 인플레이션 지표가 하락 전환한데다 기업대출 증가율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가 전반적인 침체 구도를 나타내면서 유로존 경기회복 속도는 더욱 둔화될 것이란 우려감이 높다.
 
신흥국 경기침체와 수요 둔화 영향으로 유로존 수출이 부진해진데다 양대 경제국인 독일과 프랑스 역시 최근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오면서 양적완화 프로그램 연장에 가장 큰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함께 더딘 고용시장 회복과 남유럽 은행권 등 구조개혁이 더딘 부문 역시 유로존 경제회복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원자재나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남유럽 취약 국가들의 경우, 통화가치 하락에 시달리면서 경제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다. 중국과 신흥국발 리스크가 유럽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유로존이 낮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며 "중국경제 둔화에 대한 금융시장의 패닉이 나타나기 이전부터 유로존의 경기 회복은 상반기 대비 모멘텀을 잃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력한 양적완화로 수혜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유로존에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는 기대 이하"라고 덧붙였다.
 
드라기 총재도 "인플레이션 위험은 주로 유가 하락 때문에 계속 하방성을 유지하고 있고 이런 상황이 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최소한 1년 더 지속할 수 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금리 인상 확인 후 연말 안에 액션 취할 것
 
"주어진 책임 하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4일 정책회의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말했다. 서서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유로존 경제가 다시 하락기조로 돌아서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지의 표출인 셈이다. 시장에 돈을 더 풀어서라도 경제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디플레이션 역풍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라며 "유로존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장에 더 많은 화력을 불어 넣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ECB의 추가 액션이 나오는 시기는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후로 연말 정도가 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양적완화 방안 중 하나로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또 하나는 내년 9월로 예정돼 있는 채권 매입 종료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제임스 아테이 애버딘 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추가 부양책을 들고 나올 수 밖에 없는 여건"이라며 "현재 가장 손 쉬운 방법은 양적완화 프로그램 기간을 늘리는 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더 강력한 부양책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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