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구조조정 1순위, 고순도테레프탈산·PET칩
허수영 석유화학협회장 "중국 신증설로 향후 전망 불투명"
2015-09-07 14:46:20 2015-09-07 14:46:20
석유화학업계가 자발적 사업재편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가운데 고순도테레프탈산(PTA)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칩 분야가 구조조정 1순위로 거론됐다. 중국의 공격적인 신증설로 공급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허수영 석유화학협회 회장(롯데케미칼 사장)은 7일 기자와 만나 "PTA와 PET 등 2개 품목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이들 제품은 중국의 신증설로 장기 전망이 불투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주재한 '수출 부진업종 긴급 점검회의'에 참석했다.
 
PTA는 합성섬유의 중간재로, 국내 기업들은 주로 중국 수출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중국이 2011년부터 공격적인 신증설을 진행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급제동이 걸렸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PTA 수입량은 2011년 653만톤에서 지난해 116만톤으로 82% 급감했다. 이에 따라 해외 수입의존도는 2011년 27%에서 지난해 3%로 추락했다.
 
중국의 PTA 수입량 감소는 국내 수출에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의 PTA 수출 물량은 2011년 360만톤에서 지난해 260만톤으로, 4년 만에 100만톤이나 감소했다. 특히 수출의 80% 이상을 담당해 오던 중국은 2011년 300만톤에서 지난해 70만톤으로 무려 77%나 감소했다. 중국 수출이 급감하면서 전체 수출물량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국내 생산능력은 한화종합화학이 200만톤으로 규모가 가장 크며 삼양사 계열인 삼남석유화학(180만톤), 태광산업(100만톤), 롯데케미칼(65만톤), SK유화(52만톤)의 순이다. 이 가운데 SK유화는 지난해 하반기 공장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삼남석유화학은 현재 35만톤 규모의 공장 가동을 멈춘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기존 105만톤 규모의 설비 중 40만톤을 이소프탈산(PIA) 공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자구책을 마련했다. PET칩과 다운스트림 등 자체 소비가 가능한 물량만 최소한으로 유지하고, 나머지 물량은 고부가 섬유 원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변경했다.
 
각 제조사들은 신시장 개척 외에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기업들은 2~3년 전부터 터키와 오만, 리투아니아와 동남아 등 중국 외 지역으로 눈을 돌리며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중국 수출 감소분을 일부 상쇄할 뿐 전체 수출 물량을 회복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화섬업계 관계자는 "터키와 동남아지역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체 수출물량은 향후에도 감소가 예상된다"면서 "업계 내 구조조정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PET칩도 중국발 공급과잉의 여파로 고전하고 있다. PET칩은 크게 포장·IT용 필름과 플라스틱병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데, 투자와 기술면에서 업스트림 대비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다.
 
업계는 중국의 PET칩 생산량 4000만톤 가운데 자체 수요 3000톤을 제외한 1000만톤 정도가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주변국으로 수출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롯데케미칼, SK케미칼, 도레이케미칼, 휴비스, TK케미칼 등이 PET칩을 생산 중이다.
 
PET칩은 설비전환도 여의치 않은 탓에 중국 외 시장을 개척하는 방안 외에는 뚜렷한 해법이 없는 실정이다. 앞서 일본 PET칩 제조사들은 4~5년 전부터 중국발 공급과잉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선제대응에 나섰다. 자체 소비를 위한 생산 기반은 그대로 두고, 유휴설비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으로 이전했다. 시장이 있는 곳으로 생산 기지를 옮긴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이미 동남아 시장을 선점한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시설을 이전하더라도 현지 시장에서 자리를 힘든 상황"이라며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게 아쉽다"고 털어놨다.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품목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해당 사업부문이 개별 기업의 자산인 탓에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허수영 회장은 "사업이 어려운 품목들은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사유 재산이다보니 간단치 않은 점도 있다"면서 "업계가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정부가 관련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현재 제정이 추진되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과 온실가스 감축, 배출권 거래제도 등을 통해 기업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측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화학과 철강 등 주요 수출품목의 공급과잉은 각국 정부, 업체별로 똑같이 고민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배출권 거래제도와 공정거래법 등의 제도를 활용해 구조조정에 참여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윤 장관 외에 철강·조선·자동차·석유·석유화학 협회 회장 및 상근부회장단과 김재홍 코트라 사장,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 산업부 박일준 산업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저유가와 세계 경기 위축, 공급 과잉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 여건이 지난해에 비해 매우 악화됐다"며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조속히 추진하고 산업별 구조개편, 노동개혁 등을 통해 업종 경쟁력을 높여 수출 동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수출동향 점검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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