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근영이 '사도'서 보여준 배우의 자세
2015-09-06 21:23:44 2015-09-06 21:23:44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지난해 영화 '사도' 캐스팅이 이뤄지고 있을 때였다. 문근영에게 혜경궁홍씨 역를 연기해달라는 러브콜이 있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의외였다. 문근영이라는 이름값에 비해 혜경궁홍씨는 비중이 작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도 사도세자와 얽힌 시기의 혜경궁홍씨는 그리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었다.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인물이다. 20대 연기자 중 최고의 연기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문근영 입장에서 꼭 해야 할 의미가 있는 역할은 아니었다. 당시 소속사에 문의하니 관계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본인은 하고 싶어 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후 문근영은 '사도'에 혜경궁홍씨 역할로 합류했다.
 
문근영. 사진/뉴시스
 
그리고 약 1년이 지난 3일 영화 '사도'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을 그린다. 제멋대로 구는 아들이 못마땅한 아버지와 아버지의 질책에 괴로워하다 못해 광기를 보이는 아들의 이야기다.
 
시아버지와 남편 중간의 입장에 서 있는 혜경궁홍씨는 사도세자 시선에서 보면 질리는 부인이다. 남편은 안중에 없고 아들(정조)만 생각한다. 아들의 본보기가 돼야 한다며 남편에게는 쓴소리만 한다. 영화 내내 혜경궁홍씨는 사도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다. 오롯이 아들 정조에게만 집중하며 정조에게만 온화한 태도를 보인다. 
 
사도세자의 입장에서 혜경궁홍씨를 바라봤기 때문에 영화 속 혜경궁홍씨는 조금도 매력적이지 않다. 그런 혜경궁홍씨 덕에 사도세자의 외로움과 아픔이 더 강하게 전달된다. 아버지가 아들을 죽이는 비극이 더 슬프게 와 닿는다. 작품의 의도가 더욱 선명히 보인다.
 
영화 '사도' 기자회견에서 문근영은 "사도세자와 영조의 갈등은 영조의 시선, 혜경궁홍씨의 입장, 정조의 시각 등 다양한 시선에서 풀어진, 적이 많은 이야기"라며 "이 영화는 사도세자라는 인물을 더 심층적이고 더 심도 있게 다룬 작품이다. 내 입장에서 연기한다기보다는 ‘사도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을까’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극의 중심이 아닌 사도의 주변인물 중 한 측면에서 관객이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극의 하나의 요소로 연기를 했다"며 "세자빈으로서 관계에 의한 딜레마를 표현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문근영은 쉽지 않은 결정을 했고, 제 몫 이상을 해냈다. 영화 후반부 60대 노인의 분장까지 소화하는 등 문근영은 이번 작품에서 여배우로서 많은 것을 포기하고 오롯이 작품만을 위했다. 
 
최근 베일을 벗은 '사도'는 올해 최고의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 영화 중 정점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이는 전개와 연출, 시대를 반영한 메시지 등 '사도'가 완성도 높은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다양한 장점 중에서도 유독 빛나는 것은 자신보다 작품을 먼저 생각한 문근영의 훌륭한 자세다. 이번 작품에서 보여준 문근영의 행보는 연기자에게 필요한 자세와 사명감이 무엇인지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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