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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 경기도로, 경기도선 변두리로
탈서울 전세난민 수도권으로 흩어지며 전세 물건 씨 말라
2015-09-03 15:19:06 2015-09-03 15:20:43
결혼 이후 지난 6년간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전세로 살던 직장인 임모(남·37)씨는 최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능곡동으로 이사를 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2년 전 계약금보다 6000만원이나 더 오른 전셋값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씨처럼 계속되는 전셋값 상승에 전세난민의 탈서울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또, 서울 전세난민이 유입되면서 기존 경기권 전세입자들은 더 외곽으로 밀려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직장이나 교육 등의 문제로 어쩔 수 없이 지역에 남아있는 수요자들의 주거환경은 급격히 오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면서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경기도 인구는 15만9241명이 전입하고, 15만2228명이 전출해 총 7013명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은 1만1723명이 순유출되면서 대조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서울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보다 저렴한 경기권으로 빠져나가고 서울 전세입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감정원 조사결과 8월말 기준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6.7%로 관련 통계가 시작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2.2%의 3배를 넘어섰다. 전세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역시 1년 전 65.4%에서 4.1%포인트 높아진 69.5%로 70%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셋값 급등에 세입자들이 경기도로, 또 외곽으로 밀리고 있고,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은 빌라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 내에서도 서울 난민들이 몰려들며 더 올라버린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은 외곽으로 내몰리고 있다. 
 
2년 전 경기 하남시에 전세 아파트를 구해 살던 지모(남·36)씨는 집주인이 4000만원을 올려달라며 재계약을 권했지만 부담이 커 올해 초 광주시로 이사를 해야 했다. 평소 직장인 잠실까지 약 40분이면 출퇴근이 가능했지만 이사 이후 1시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전셋값 부담에 어쩔 수 없이 힘든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경기도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7.04% 수준이지만 서울과 맞닿아 있는 하남의 경우 재건축 이주수요와 강동이나 잠실 등에서 비싼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밀려온 세입자들로 인해 12.66%나 상승했다. 하남 이외에도 김포나 고양, 광명 등 서울과 인접한 자치구들에서 평균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광명시 광명동 조은부동산 관계자는 "지역 내 수요자들도 많지만 서울에서 보다 저렴한 전세를 찾아 몰려오는 젊은 신혼부부 등이 유입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며 "원래 이곳에 살던 세입자들의 경우 1~2년 만에 전셋값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재계약 시점에 시흥이나 부천 등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 등으로 살던 곳을 떠나기 어려운 세입자들의 경우 아파트에서 연립으로 옮기는 등 가격을 낮춰 전셋집을 구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3일 기준 올해 서울 연립·다세대 전세 거래건수는 총 4만369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거래량 4만616건보다 7.6% 증가했다.
 
광진구 자양동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강우성 84㎡의 경우 1년 전에 3억원 후반대였지만 최근에는 4억5000만원까지 전셋값이 오른 상황"이라며 "전셋값이 올라도 너무 한꺼번에 오르면서 인근 빌라를 찾는 세입자들이 크게 늘었고, 특히 신축 빌라는 아파트처럼 물건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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