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3일)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즘 전쟁 승리 70주년'행사에 참석한다. 4일에는 상하이로 이동해 한중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 자리에 서게 된다.
전문가들 사이의 논쟁도 뜨거웠고 청와대의 고민도 깊었을 정도로 이번 방중은 복잡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중관계는 물론 한미관계, 남북관계, 한일관계 등 동북아 역내 협력과 갈등의 축이 복잡하게 교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승절 열병식은 도광양회의 시대를 넘어선 중국의 대국굴기 선언의 상징적 장이 될 것이다.
중국의 혈맹이나 다름없는 북한 최고 지도자도 참석 못하는 자리에서 귀빈으로 극진한 대접을 받지만. 시진핑 주석 옆에서 ‘객(客)’으로 열병식을 보는 박 대통령의 마음은 아마 복잡 미묘할 것이다.
중국은 전승절과 상해임시정부재개관식이라는 두 행사를 통해 현대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그 손이 우의와 환대로 가득한 것일까?
전승절의 긴 명칭을 들여다보면 반파시즘보다 항일이 앞서 있다. 물론 중국이 맞서 싸운 파시즘이 일본 제국주의기도 하고 복잡한 국내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선 민족주의를 고양하는 것이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또한 항일은 중국, 대만, 북한과 우리나라를 하나로 묶는 코드기도 하다.
열병식에선 아마 중국 공식 군가인 인민해방곡행진곡이 연주될 것이다. 이 노래의 원래 제목팔로군행진곡이다. 항일전쟁 당시 최전선에 섰던 팔로군에 몸담고 있던 광주 출신 조선인 정률성이 작곡한 곡이기도 하다. 이후 정률성은 북한의 공식 군가인 인민군행진곡도 작곡했다. 그리고 열병식 참여부대 중 하나인 동북항일연군은 김일성, 최현, 김책 등 북한건국 주역들이 몸담았던 다민족부대다. 북한을 대표해 열병식에 참석하는 최룡해 노동당 비서의 선친이 바로 최현이다.
열병식 곳곳에 ‘북중혈맹’의 흔적이 남아있다면 우리나라에 대한 ‘배려’는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서 도드라진다.
현대 신중국이 국공내전 이전 국민당 정부의 역사와 권리를 국제적으로 계승하고 있다지만 임시정부의 혈맹은 국민당 정부(현 대만)였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임시정부 재개관식 비용을 모두 자신들이 부담하며 행사 공동 주최자로 나섰다. 이념을 넘어 과거사를 확장 계승하며 대한민국을 향해서도 ‘우리는 항일전우’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미 지난해 방한 당시 서울대 특강에서 “항일전쟁의 기세가 가장 치열했을 때, 우리 양국 국민들은 생사를 함께하며 서로를 의지했고 힘을 다해 서로를 도왔다”며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 시안 광복군 유적지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이웃나라가 항일 ‘혈맹’이기까지 하니 참 든든하다”, “원래 북한과 가까왔지만 이제는 우리에게 더 친절하게 손을 내미니 다행이다”고만 여길 일인지는 모르겠다. 중국의 구심력이 너무 강해진다고 생각하면 기우일까? 오천년 이웃과 좋을 때도 이었지만 나쁜 일도 많지 않았던가?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과 내일의 두 큰 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면 깊고 냉철한 고민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통일대박을 위해서라도 ‘친미냐 친중이냐’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난 독자적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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