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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투자계획 실제 이행률 '70%'
최근 2년간 계획 대비 집행 분석…2013년 71%, 2014년 70%
2015-09-02 07:00:00 2015-09-02 07:00:00
재벌들이 해마다 내놓는 투자계획의 이행률이 70%선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대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해 총수를 사면하고, 법인세 인하를 비롯해 각종 규제를 철폐해도 30%는 계획으로만 그쳤다. <뉴스토마토>가 30대 그룹의 연간 투자계획과 자체 실적, 금융감독원에서 확인되는 상장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 3년치를 분석한 결과다. 그간 정부는 2012년을 시작으로 30대 그룹과 매년 간담회를 열고 투자계획을 발표해왔지만 점검은 뒷전이었다.
 
분석결과를 보면, 2013년 삼성·현대차·SK·LG·롯데·포스코·GS·현대중공업·한진·한화 등 10개 그룹(한화 제외)이 약속한 투자금액은 121조3002억원이었던 데 반해, 집행금액은 85조7691억원에 그쳤다. 무려 35조5311억원의 차이가 난다. 2014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총수 부재와 대규모 적자 등을 이유로 투자계획을 따로 내놓지 않은 롯데·현대중공업·한화를 뺀 7개 그룹의 목표치는 108조559억원이었지만, 집행금액은 10개 그룹 모두 합쳐도 79조5524억원에 불과했다. 28조5035억원이 이행되지 않았다. 이들 10대 그룹의 2013~2014년 투자계획의 평균 이행률은 각각 71.35%, 70.41%로 집계됐다.
 
하위 그룹으로 범위를 넓히면 검증마저 어려워진다. 제 각각의 이유를 대며 자료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2013년 기준 12곳, 2014년 기준 16곳이 투자 관련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계획과 이행 간의 차이로 질타를 받기 보다, 비공개로 일관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확보된 자료를 바탕으로 30대 그룹의 투자 이행률을 분석한 결과 60% 수준으로 내려갔다.
 
투자계획도 축소됐다. 30대 그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2013년 129조6117억원의 투자를 약속했지만, 이듬해인 2014년에는 114조2994억원으로 규모를 줄였다. 올해 129조48003억원의 투자를 약속, 전년 대비 규모를 늘렸으나 지난해 투자계획을 밝히지 않은 곳이 10대 그룹에서만 3곳(롯데·현대중공업·한화), 30대 그룹 전체로는 19곳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계획치는 하향 조정됐다. 특히 LG는 이행률 면에서 10대 그룹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데다, 투자규모 또한 3년새 4조원을 줄였다.
 
이에 대해 해당 그룹들은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과 재무 사정 등을 이유로 들며 "계획과 이행 사이에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말 기준 3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이 사상 최대 수준인 710조3002억원으로 불어났다는 점에 대해서는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행 점검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투자를 독려키 위해 매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재계와의 간담회를 개최하고도,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 회피로 일관했다. 화려한 계획만 있고 결산은 없는 비정상적 풍경을 정부 스스로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재벌 총수에 대한 사면과 법인세 인하 등 각종 규제 철폐는 재계 뜻대로 진행됐다. 재벌의 '묻지마 투자 계획'의 조력자는 정부였다.
 
자료/뉴스토마토
 
김동훈 기자 donggoo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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