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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①'도전을 즐기는 남자' 김태호 PD
2015-09-01 06:00:01 2015-09-01 06:00:01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다채널 시대다. 시청자들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방송이 유통되는 채널이 많아진 만큼 수많은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들이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몇몇의 질 높은 콘텐츠만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는다. 그런데 방송 콘텐츠를 만들었다 하면 히트시키는 이 분야의 '타짜'들이 있다. 주인공은 김태호 MBC PD와 나영석 CJ E&M PD다. 높은 시청률 성적은 기본이다.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매번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막강한 파급력을 자랑한다. 고려대학교 신문방송학과 94학번인 김태호 PD와 연세대학교 행정학과 94학번인 나영석 PD는 모교의 라이벌 관계 못지않은 흥미진진한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편집자)
 
"한국 예능은 <무한도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도 한다. MBC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면서 트렌드를 이끌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형태의 예능은 <무한도전>의 영향을 받아 파생됐다고 할 정도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의 시초가 김태호 PD다.
 
◇김태호 MBC PD. 사진/뉴시스
 
<무한도전>은 말 그대로 '도전'을 하는 예능이다. 6명 혹은 7명이 되는 멤버들이 김태호 PD가 꾸며놓은 틀 안에서 늘 새로운 도전을 한다. 분야를 가리지 않는 게 핵심이다. 서로를 쫓고 쫓는 추격전부터 스포츠, 토크쇼, 콘서트, 화보는 물론 심지어 선거까지 이들이 도전하지 않은 분야를 꼽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른다.
 
국내 예능에서 쉽게 보기 힘든 장기 프로젝트도 김태호 PD의 장기 중 하나다. 봅슬레이, 복싱, 프로레슬링, 카누 등 스포츠를 이용한 프로젝트는 재미와 함께 진한 감동을 줬고, <무한도전>의 새로운 리더를 뽑는다는 설정에서 출발한 '선택 2014'는 선거의 가이드 역할을 했다. 억지로 방청객을 데려다놓고 한강의 한 다리 밑에서 초라하게 시작한 '강변북로 가요제'(2007) 시리즈는 현재 수만 명이 찾고,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 대형 콘텐츠가 됐다. 최근에는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를 통해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의 음악을 부활시키는데 한몫했다. MBC <복면가왕>, JTBC <슈가맨을 찾아서> 등은 이러한 인기에 편승해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꼭 스케일이 큰 예능만 고수하지 않았다. 사소하고 소소한 이야기에서 출발한 코너도 적지 않다. 예를 들면 <무한도전> 멤버들끼리 간 여행지에서 오줌을 쌌다는 의혹을 받는 길을 주인공으로 한 법정 토크쇼 '죄와 길'이나, 하하와 정형돈의 어색함을 두고 만든 '친해지길 바라', 손이 큰 정준하를 이용한 '정 총무가 간다' 등은 멤버들 간의 몇 마디 이야기에서 시작한 코너다.
 
과거 김태호 PD는 전 국민이 모두 볼 수 있는 프로그램보다는 젊은 층(10~30대)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예능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보다 속도감이 있고, 인터넷 반응을 반영하며, 신조어도 자막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흐름을 정확히 읽고 있는 시청자들에게는 <무한도전>에서 중요한 메시지를 담는 '궁서체'마저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무한도전>은 김태호 PD의 인생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크다. 이 프로그램은 김 PD의 위상을 높인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무한도전> 멤버들의 위치도 높이 세웠다. <무한도전> 출연할 때까지만 해도 1인자는 아니었던 유재석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최고의 MC가 됐고, <개그콘서트> 출신 정형돈은 타 프로그램에서 주가가 높은 MC가 됐다. 박명수도 국내 최고의 2인자 자리를 구축했고, 정준하와 하하 역시 지상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종횡무진하고 있다.
 
빅뱅, 아이유, 김제동, 이효리, 손예진, 차승원 등 이미 인기가 높은 연예인들도 <무한도전>을 통해 시청자들과 더 가까워졌다. 뿐 만 아니라 김영철, 김숙, 조정치, 장미여관, 자이언티, 혁오, 데프콘 등 인지도가 낮았던 연예인들도 <무한도전>을 인기를 쌓았다. 이 때문에 많은 연예인들은 <무한도전>은 무보수로 출연해도 좋다면서 선뜻 반기고 있다.
 
<무한도전>은 2006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네티즌이 뽑은 올해 최고의 프로그램 상을 받은 이후로 매년 각종 시상식에서 수많은 상을 휩쓸고 있다. 유재석을 비롯한 멤버들 역시 시상식에서 매년 무게감이 있는 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무한도전>은 방송 내외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다. 그 중심에는 매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김태호 PD가 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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