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90년대 추억여행 '슈가맨', 굿 or 배드?
2015-08-20 16:00:42 2015-08-20 16:00:42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MC 유재석의 첫 비지상파 진출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JTBC 새 예능프로그램 <투유프로젝트=슈가맨을 찾아서(슈가맨)>이 베일을 벗었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이 만든 '토토가' 열풍에 맞춰 90년대 가요의 추억여행의 새 버전이라는 콘셉트, 그리고 유재석과 유희열이 2MC로 나선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았다.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과 유희열이 각자 팀을 이뤄 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 한 시대를 풍미했다가 홀연히 사라진 가수(슈가맨)을 찾는다는 포맷으로 진행된다. 양 팀은 슈가맨을 찾아 당시의 활약상과 함께 가요계에서 사라진 이유 등을 알아보고 이들의 히트곡을 2015년 버전으로 재탄생시켜 승부를 겨룬다.
 
온라인을 살펴보면 지난 19일 첫 방송된 <슈가맨>은 첫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글이 쏟아지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유재석과 유희열의 대결구도와 패널들의 입담, 추억의 인물을 통한 재미와 감동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다소 억지감동을 유발한 슈가맨 추적과정과 적응하기 어려웠던 2015년판 '역주행송', 첫 방송 특유의 어수선한 분위기는 아쉬웠다는 반응이다.
 
첫 방송된 <슈가맨>의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짚어봤다.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슈가맨>의 MC를 맡은 유재석(왼쪽)과 유희열. 사진/JTBC
 
◇GOOD
 
▲유재석·유희열의 '남남케미'
 
첫 방송된 <슈가맨>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유재석과 유희열의 케미스트리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깐족거리는 디스전을 통해 긴장과 재미를 동시에 유발했다. 두 사람은 첫 등장 때부터 서로의 팀원을 공개하는 과정 중, 또 경연이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서로를 공격했다. 서로에게 지지 않으려는 두 MC의 입담 대결은 흥미진진했다.
 
특히 여느 방송에서 1인자로서 프로그램을 주도해나갔던 유재석은 <슈가맨>에서는 유희열과 맞붙으며 기존과 다른 롤로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제작진이 유재석의 대항마로 꼽은 유희열 역시 유재석의 기세에 밀리지 않고 위트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이날 경연 무대에서 패배한 유희열은 "유재석에게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면서 승부욕을 불태웠다. 앞으로도 두 사람의 맞대결은 흥미로울 것으로 짐작된다.
 
장도연이 <슈가맨>에서 뛰어난 입담을 선보였다. 사진/JTBC
 
▲서세원쇼 스타일 토크방식…패널들의 입담 훌륭
 
약 20년 전의 노래를 되찾는 <슈가맨>은 토크방식도 90년대 형식으로 구성했다. 양 팀은 이날 슈가맨으로 출연한 김준선과 박준희를 각각 자랑하며 대결구도로 토크를 진행했다. 양 팀 멤버들은 양 팀원은 물론 상대팀 슈가맨까지 견제하며 웃음을 짓게 했다.
 
이 과정에서 김이나, 채정안, 존박, 허경환, 장도연 등 패널들의 입담은 굉장히 재밌었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장도연은 틈이 날 때마다 적절한 멘트를 던지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추억의 인물을 보는 재미와 감동
 
이날 방송에서 90년대 초반 '아라비안 나이트'와, '눈 감아 봐도'로 가요계를 풍미한 김준선과 박준희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자신의 히트곡을 불렀으며, 담담하면서도 솔직한 발언으로 패널과 어우러졌다. 모 대학의 교수로 활동 중인 김준선과 만삭의 몸으로 촬영장을 찾은 박준희의 달라진 모습은 20여년 전 추억을 되살리며 감동을 선사했다.
 
◇BAD
 
▲억지감동을 유발한 추적
 
<슈가맨>은 기존 예능과 다른 포인트를 통해 색다른 재미를 만들었지만, 일부 부분에서는 아쉬운 점도 노출했다.
 
특히 장도연과 허경환이 김준선과 박준희를 찾아가는 과정은 다소 지루했다. 두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힘겹게 찾았다는 식의 뉘앙스는 억지스러워 보였다. 20여년 만에 등장하는 슈가맨을 통해 감동을 불러일으키려는 속내가 보여 오히려 감동을 줄였다는 평가다. 또 김건모와 현진영, 김원준 등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장면은 프로그램 전체의 맥락에서 어긋나 보였다.
 
EXID의 하니와 걸스데이의 소진이 <슈가맨>에서 '역주행송'으로 무대를 꾸몄다. 사진/JTBC
 
▲완전히 바뀐 '역주행송'…적응의 어려움
 
EXO의 '으르렁' 등을 작곡한 신혁과 EXID의 '위아래' 등을 작곡한 신사동호랭이는 김준선의 '아라비안 나이트'와 박준희의 '눈 감아 봐도'를 재해석한 역주행송을 내놨다. 무대에는 EXID의 하니와 걸스데이의 소진이 섰다.
 
90년대 감성이 있는 두 노래를 2015년판으로 만들겠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였다. 이날 선보인 '역주행송'은 원곡의 감성을 배제한 채 전혀 다른 느낌의 곡으로 탄생했다.
 
'역주행송'은 독특한 설정으로 신선함을 제공하긴 했지만, 원곡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굉장히 낯설게 들렸다는 평가다. <슈가맨>의 두 곡은 원곡의 감성을 유지한 KBS2 <불후의 명곡>이나 MBC <복면가왕>의 곡에 비해 더 큰 화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는 못했다.
 
▲정돈되지 못한 어수선한 분위기
 
<슈가맨> 첫 방송 역시 여타 방송의 첫 방송과 다르지 않게 어수선했다. 슈가맨이 등장하는 부분이나 어느 팀의 무대를 먼저 선보일지 정하는 상황 등은 다소 번잡했다.
 
코너에서 코너로 혹은 첫 무대에서 두 번째 무대로 넘어가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유재석 팀에 패배한 유희열과 신사동호랭이가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눈 뒤 급작스럽게 스튜디오로 화면이 넘어간 부분도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앞서 제작진은 첫 녹화가 어려웠다고 밝힌 바 있다. 윤현준 CP는 "첫 녹화에서는 어수선했지만 2번째 녹화에서는 다소 안정적이었다.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슈가맨>은 다음주까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제작진은 시청률 및 여론의 반응을 점검하고 2회 이후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윤현준 CP는 "반응이 좋지 않으면 정규편성을 하지 않을 것이다. 유재석을 섭외하고도 정규편성에 실패하면 그것도 하나의 화제가 될 것이다. 냉정한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첫 방송에서 장점과 단점을 남긴 <슈가맨>이 다음주 방송에서는 단점을 보완하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